박지윤, 5년 만의 무대…관객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박지윤, 5년 만의 무대…관객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가수 박지윤이 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엘지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콘서트 ‘러브 이즈 마이 송’에서 노래하고 있다. 박지윤 크리에이티브 제공

가수 박지윤의 음악 인생에는 커다란 변곡점이 하나 있다. 15살에 발표한 데뷔곡 ‘하늘색 꿈’(1997)이나 ‘스틸 어웨이’(1998), ‘성인식’(2000)만 기억한다면 그를 절반만 아는 것이다. 그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음악을 펼쳐내기 시작한 건 7집 ‘꽃, 다시 첫 번째’(2009)부터다. 어쿠스틱한 음악을 추구하는 싱어송라이터 박지윤의 시작이다.

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엘지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콘서트 ‘러브 이즈 마이 송’은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박지윤을 오롯이 담아낸 무대였다. 명목은 지난해 말 내놓은 10집 ‘숨을 쉰다’ 발매 기념 공연이지만, 7집부터 10집까지 지금의 박지윤을 이루는 노래들을 고루 들려주었다. 밴드와 더불어 8인조 현악단이 모던하면서도 고풍스러운 공연장을 클래시컬한 선율로 채웠다.

박지윤, 5년 만의 무대…관객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가수 박지윤이 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엘지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콘서트 ‘러브 이즈 마이 송’에서 노래하고 있다. 박지윤 크리에이티브 제공

문을 연 건 7집 노래들이었다. 차분한 검은 옷 차림의 박지윤이 ‘봄, 여름 그 사이’ ‘바래진 기억에’를 부르는 동안 관객들은 숨소리 하나 놓칠세라 숨죽여 몰두했다. 노래와 노래 사이 박수조차 조심스러울 정도였다. 두 곡을 마치고 박지윤이 인사하자 그제야 박수가 터졌다.

“5년 만에 하는 공연이네요. 작년에 10집을 만들다 보니 10이라는 숫자의 의미가 새삼 다가왔어요. 지나온 시간들도 떠오르고, 앞으로 갈 길도 생각하게 되고요. 7집부터 제 색깔을 담은 음악을 해왔는데요, 오늘 그 시절 음악들도 함께 들려드리려 합니다.”

박지윤, 5년 만의 무대…관객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가수 박지윤이 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엘지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콘서트 ‘러브 이즈 마이 송’에서 노래하고 있다. 박지윤 크리에이티브 제공

이어진 노래는 10집 신곡들이었다. ‘숨을 쉰다’ ‘온몸이 다 아프도록’ ‘넌’을 잇따라 불렀다. ‘숨을 쉰다’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만 갇혀 육아에 전념하던 시절 태어난 노래다. ‘마음이 지쳐도 계속 숨을 쉬다 보면 언젠가 내 안에 빛이 생겨나지 않을까?’ 그는 생각했다. 그에게 ‘숨’은 ‘음악’이다. 숨을 멈추면 살 수 없듯이 음악을 멈추면 살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달은 그는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노래가 10집 첫번째 트랙 ‘숨을 쉰다’이다. 이는 6년여 만에 내놓은 정규 앨범의 제목이 됐다.

이후 부른 7~9집 노래들은 관객들을 시간여행 길에 오르게 했다. 8집의 ‘나무가 되는 꿈’에 이어 7집의 ‘봄눈’을 부를 땐 공연장에 봄눈이 내리는 듯했다. 루시드폴이 작사·작곡한 ‘봄눈’은 사실 눈 노래가 아니다. 봄에 흩날리는 벗꽃잎을 봄눈에 비유한 것이다. 이번엔 진짜 눈이었다. 9집의 자작곡 ‘겨울이 온다’를 부르자 무대 뒤 길게 드리운 커튼 네 칸에 영상이 비쳤다. 흑백의 설경이 네 폭 병풍의 수묵화처럼 펼쳐졌다.

박지윤, 5년 만의 무대…관객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가수 박지윤이 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엘지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콘서트 ‘러브 이즈 마이 송’에서 노래하고 있다. 박지윤 크리에이티브 제공

박지윤은 스스로 작사·작곡을 하면서 다른 작곡가와도 작업을 많이 한다. 이날 공연에는 함께 작업한 작곡가를 초대해 얘기 나누는 순서도 마련했다. 10집의 여러 곡들을 협업한 작곡가 헨과 7집부터 인연을 이어온 밴드 디어클라우드 출신 작곡가 김정아를 무대로 불러 작업 뒷얘기와 소소한 추억, 노래를 함께 나눴다. 이 자리엔 없었지만 여러 곡을 함께 작업한 권순관(노리플라이)과의 인연도 언급했다.

작곡가와의 만남 이후 들려준 노래는 ‘환상’이었다. 이날 부른 노래 중 유일하게 7집 이전의 곡이다. 2000년 발표한 4집 ‘성인식’ 수록곡으로, 박진영이 작사·작곡한 발라드다. 박지윤은 지난 2017년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에서 이 노래를 웅장하고 클래시컬한 편곡으로 들려준 바 있다. 이날 들려준 것도 바로 그 편곡 버전이었다. ‘환상’이 끝나자 관객들은 유독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모두가 2000년 그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한 관객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박지윤, 5년 만의 무대…관객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가수 박지윤이 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엘지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콘서트 ‘러브 이즈 마이 송’에서 노래하고 있다. 박지윤 크리에이티브 제공

10집 타이틀곡 ‘사랑을 사랑하고 싶어’로 본공연을 마친 박지윤이 사라지고 나서도 관객들은 박수를 멈출 줄을 몰랐다. ‘앙코르’ 외침을 대신하는 박수와 환호성이 잦아들 기미가 없자 박지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앙코르 끝 곡은 10집의 마지막 곡 ‘고래, 달빛아래 꿈’이었다. 박지윤이 2021년 낳은 딸을 위해 만든 노래다. 어두운 밤 달빛 아래 큰 고래가 묵묵히 파도를 헤치며 헤엄치는 꿈을 꾸고는 아이가 살다가 힘들 때 꺼내 들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노래의 마지막은 이랬다. “사랑은 언제나 널 지켜줄 거야”

그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틈틈이 “이렇게 공연하는 게 참 귀하다” “계속 노래할 수 있어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때마다 관객들도 ‘당신의 노래를 계속 들을 수 있어 고맙다’는 대답을 무언의 박수에 실어 보내는 듯했다.

이날 공연장은 1300석 규모였다. 박지윤이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단독 공연을 한 건 처음이다. 그는 “이번에는 큰 공연장이라 하루만 공연했는데, 다음에는 소극장에서 여러 날 공연하려 한다”고 말했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벌써부터 소극장의 박지윤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서정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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