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차범근의 조언 “희생과 겸손, 한국축구가 지켜야 할 미덕”

'전설' 차범근의 조언 “희생과 겸손, 한국축구가 지켜야 할 미덕”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 감독이 제36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을 열고 축구 유망주들을 격려했다. 뉴스1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 감독이 제36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을 열고 축구 유망주들을 격려했다. 뉴스1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기간 중 선수들 간 갈등으로 좌초한 축구대표팀 후배들을 위해 따뜻하고도 따끔한 충고를 전했다.

 

차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6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에서 “동·서양의 축구를 모두 경험한 나에게 아시안컵 결과가 상당히 무겁게 여겨진다”면서 “서로 다른 문화와 세대 간의 갈등과 마찰을 적절하게 풀어가는 게 앞으로 한국 축구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시안컵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은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앞세워 1960년 이후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지만 4강에서 주저앉으며 결승행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 주축 멤버 간 갈등 사실이 드러났고, 지도력에 문제점을 드러낸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경질됐다.

 

'전설' 차범근의 조언 “희생과 겸손, 한국축구가 지켜야 할 미덕”

아시안컵 기간 중 주축 선수들 간 갈등 사실이 드러나 축구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연합뉴스

아시안컵 기간 중 주축 선수들 간 갈등 사실이 드러나 축구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연합뉴스

차 감독은 “지금 우리 대표팀 안에는 동양과 서양이라는 문화의 차이에 세대 간의 사고방식 차이까지 뒤섞여 있다”면서 “동양적인 희생과 겸손,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 같은 것들을 촌스럽고 쓸모없는 거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는 엄연히 우리의 자산이자 무기다. 어린 선수들이 그것의 소중함을 모른다면 어른과 선배들이 다시 손에 쥐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79년 내가 처음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직후 훈련을 앞두고 작전을 설명하는 감독에게 거칠게 화를 내는 동료 선수의 행동에 경악했던 기억이 난다”고 운을 뗀 그는 “이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훈련에 임하는 감독과 선수들을 보며 한 번 더 놀랐다. 그들에겐 감독-선수, 선-후배를 넘어 생각이 다르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게 자연스러웠다”고 옛 추억을 떠올렸다.

 

이어 “아시안컵을 마치고 23살 어린 축구선수 이강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언급한 차 감독은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 성장할 땐 대수롭지 않았던 상황들이 우리 팬들을 이렇게까지 화나게 할 줄 선수가 미처 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설' 차범근의 조언 “희생과 겸손, 한국축구가 지켜야 할 미덕”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장에 참석한 대선배 이회택 OB축구회장(오른쪽)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는 차범근 감독. 뉴스1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장에 참석한 대선배 이회택 OB축구회장(오른쪽)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는 차범근 감독. 뉴스1

차 감독은 “축구 선배인 나를 포함해 (이강인에게) 한국축구대표팀 고유의 문화와 분위기·정서를 가르치지 못한 사람들이 함께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면서 “우리 대표팀에 손흥민과 같은 주장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지금은 선수를 가르치는 학부모들부터 우리 아이들의 품위 있는 성공,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 축구 유망주의 산실’로 평가 받는 차범근축구상의 36번째 수상자 19명이 축구 관계자들 앞에서 선을 보였다. 이석민(부산해운대FC), 박민규(충북청주CTS), 이재왕(강원춘천스포츠클럽) 등 엄정한 심사를 거친 유망주들이 차범근축구상을 받았고 임지혜(경남가야FC), 유아정(광주하남중앙초)은 최우수 여자선수상을 수상했다. 최우수지도자상은 김경록 구미비산초 감독에게 돌아갔다.

 

차범근축구상은 지난 1988년 제정돼 매년 초등학교 축구선수를 대상으로 ‘될성부른 떡잎’을 발굴해 시상하고 있다. 이동국(4회), 박지성(5회), 기성용(13회), 황희찬(21회), 이승우(23회) 등 한국축구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여러 선수들이 이 상을 받았다.

 

올해 차범근축구상의 주인공으로 낙점 받은 36회 수상자들은 오는 8월 ‘팀 차붐 독일원정대’ 일원으로 해외 연수에 나설 기회를 얻는다.

 

'전설' 차범근의 조언 “희생과 겸손, 한국축구가 지켜야 할 미덕”

제기념촬영하는 제36회 차범근축구상 수상자들. 뉴스1

제기념촬영하는 제36회 차범근축구상 수상자들. 뉴스1

 

◇ 제36회 차범근축구상 수상자

▲골키퍼(2명) – 이석민(부산해운대FC), 박민규(충북청주CTS)

▲수비수(5명) – 김태연(서울노원RFC), 이재왕(강원춘천스포츠클럽), 현우영(경기고양주니어FC), 전지후(울산현대U12), 장이현(서울위례FC)

▲미드필더(5명) – 임은수(서울충암U12), 유시윤(서울신답FC), 황석현(강원강릉온리원FC), 김동하, 최시후(이상 경기FC애플라인드)

▲공격수(4명) -이도윤(경남마산FC), 김형석(강원강릉온리원FC), 김시훈(서울AAFC충암), 정은찬(경기팀스타FC)

▲최우수 여자선수(2명) – 임지혜(경남가야FC), 유아정(광주하남중앙초)

▲최우수지도자 – 김경록 감독(구미비산초)

송지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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