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낮추기엔 물가 여전히 불안'…한은 10연속 동결(종합)

가계부채·부동산 재점화 우려, 美연준 ‘인하 신중론’도 영향

라스트마일 위험 속 “연준·한은 모두 하반기에나” 관측 늘어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이 12일 다시 기준금리를 3.50%로 묶고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금리 낮추기엔 물가 여전히 불안'…한은 10연속 동결(종합)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총재

통화 정책의 제1 목표인 물가 안정 측면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3%대에 이르고, 농산물 가격뿐 아니라 유가까지 들썩이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금리를 내리면 자칫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미국(5.25∼5.50%)과의 역대 최대 금리 격차(2.0%p)를 고려할 때,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울퉁불퉁한(bumpy)’ 물가를 걱정하며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데 한은이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불안 등을 감수하고 굳이 연준보다 앞서 금리를 낮출 이유도 없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올해 세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긴축 쪽으로 틀었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2022년 1·4·5·7·8·10·11월과 2023년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지난해 2월 동결로 깨졌고, 3.5% 기준금리가 작년 1월 말부터 이날까지 1년 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금리 낮추기엔 물가 여전히 불안'…한은 10연속 동결(종합)

[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

한은이 10회 연속 동결을 결정한 것은 물가·가계부채·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경제성장 등 상충적 요소들이 모두 불안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무엇보다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3.1%)과 3월(3.1%)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반년 만에 올해 1월(2.8%) 2%대에 진입했다가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다시 3%대에 올라선 뒤 내려오지 않고 있다.

더구나 최근 중동에서 이스라엘·이란 간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까지 배럴당 90달러대까지 뛰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지난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생활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 전망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물가 목표(2%) 수렴에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향후 물가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 낮추기엔 물가 여전히 불안'…한은 10연속 동결(종합)

[그래픽] 민간신용 비율 추이

2·3월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잇따라 전월보다 뒷걸음쳤지만, 경제 규모(GDP)에 비해 여전히 많은 가계부채나 부동산 쏠림 등 금융 불균형 문제도 한은이 조기 금리 인하를 머뭇거리는 이유다. 작년 4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신용(빚)의 비율은 100.6%로, 아직 경제 규모보다 가계 빚이 더 많은 상태다.

원지환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앞서 11일 가계대출 동향 브리핑에서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부동산 상승 기대로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물가와 가계부채를 억누르기 위해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수도 없다. 금리 부담이 더 커지면 태영건설과 같은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줄줄이 터지고, 소비도 위축돼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2.1%) 달성이 어려워진다.

미국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계속 늦춰지는 점도 한은의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비)이 3.5%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20% 밑으로 떨어졌다.

다만, 이튿날 발표된 미국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0.2% 상승해 전문가의 전망(0.3%)보다 낮아 인플레이션 우려는 다소 완화되기도 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고물가 시기의 마지막 국면에서 너무 일찍 통화정책 완화로 돌아섰다가 물가 안정기 진입 자체가 무산되는 이른바 ‘라스트 마일(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구간) 리스크’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 6월·한국 하반기 인하’ 관측이 점차 힘을 잃고 두 나라 모두 하반기에나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3월, 5월을 거쳐 계속 늦춰지더니 이제 6월 설도 약해지고 있다”며 “연준도 한은과 마찬가지로 물가를 계속 우려하는 데다 미국 경제 상황이 좋은 만큼 7월에나 첫 번째 인하를 시작해 연말까지 0.25%포인트(p)씩 두 차례 정도만 낮추고, 한은은 이후 연말까지 한 차례만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유가까지 문제가 되는 만큼 미국의 상반기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며 “미국이 하반기 내리면 한은도 내수 등 경기 회복과 대출 부실 등을 고려해 0.25%p씩 두 번 정도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낮추기엔 물가 여전히 불안'…한은 10연속 동결(종합)

[그래픽] 미국 소비자물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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