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환자 날짜 못잡아 애타는데…교수 "사직서 제출 의사들, 보여주기 아냐"

21일 오전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시민들 모습.2024.2.21/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응급환자가 아니라서 집에서 기다리고 하네요…”

뇌출혈 진단은 받은 A 씨(60대·여)가 21일 불안함을 호소하며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집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대구 B 대학병원으로 응급 이송돼 뇌출혈 증상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B 병원 측은 A 씨에게 “뇌출혈 수술을 할 수 있는 기기가 없다”며 “다른 대학병원에 가라”고 했다.

부랴부랴 C 병원으로 달려간 A 씨에게 병원 측은 “응급환자가 아니라서 수술 날짜를 바로 잡지 못한다. 집에서 기다리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A 씨 측 가족은 “뇌 손상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하는데…”라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A 씨 가족이 “‘입원해 수술 날짜를 기다리면 되지 않느냐’고 하자, 병원 측은 ‘수술 환자가 아니어서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와 인턴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병원이 정상 가동되지 않는 바람에 수술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수술 과정에서 집도의의 손과 발이 돼 주고 입원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 집도의에게 보고하는 전공의가 사직서를 내는 탓에 수술 일정이 꼬이고 있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 B 씨는 “젊은 의사들이 사직서를 내고 나가는 것은 ‘보여주기식’이 아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세대 의사들은 ‘알빠노'(내가 알 바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 개혁을 위해 내놓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과 비급여 혼합 진료 금지를 철회하고, 건강보험이 병원에 지급하는 ‘수가’를 인상해 주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내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의 경우 수가가 낮기 때문에 영양제 주사, 독감 예방 접종 주사 등 비급여를 통해 적자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비급여 혼합 진료 금지 등 방안은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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