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전공의 "밥그릇 중시한다는 비난 괴로워…"피부미용할것"(종합2보)

의사 없으면 환자도 없다?…집단행동에 ‘냉랭’한 민심

“정부는 의사 이길 수 없다”, “지방에 부족한 건 민도” 발언에 여론 냉랭

의료계, 정부뿐 아니라 ‘여론’도 공격…하지만 여론은 “의대증원 압도적 지지”

거리로 나선 의사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김잔디 기자 = ‘빅5’ 병원을 도화선으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확산이 예상되는 가운데, 의사들 사이에서 정부뿐 아니라 대중을 비난하는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의대 증원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나온 발언이라고 하지만, 도 넘은 수준의 발언에 여론을 싸늘하기만 하다. 되레 의대 증원에 대한 지지만 키우는 분위기이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저녁 서울시의사회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개최한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한 참가자는 단상에 올라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레지던트 1년차 수료를 앞두고 병원에 사직서를 냈다는 그는 “의사가 환자를 두고 병원을 어떻게 떠나느냐 하시겠지만,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고, 당장 저를 지켜내는 것도 선량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나 시민단체들이 ‘환자 없이 의사가 없다’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만류하는 표현을 비꼰 것으로, 이 발언이 나오자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 소식을 다룬 포털 뉴스의 댓글에는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발언 내용을 두고 “이기적이다”, “특권의식이다” 등 비판하는 댓글도 쏟아졌다.

지난 13일 유튜브에 사직하겠다고 영상을 올린 한 종합병원 인턴은 사직 이유의 하나로 ‘대중의 적개심’을 들며 화살을 일반 대중에게 겨눴다.

그는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하고 쉬기로 했다”며 “의사에 대한 시각이 적개심과 분노로 가득한 현 상황에서 더 이상 의업을 이어가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기득권 집단의 욕심과 밥그릇 지키기로만 치부하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의대정원 증원 정책 지지

이에 앞서 중견 의사들의 강경 발언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SNS를 통해 의대 증원을 비판하면서 “지방에 부족한 건 민도”라고 적었다가 지방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민도(民度)는 국민의 생활이나 문화 수준의 정도를 뜻하는 단어다.

주 전 회장은 논란이 확산하자 SNS에 입장문을 올려 “지역민을 비하하고자 한 글이 절대로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는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의 말도 논란이 됐다.

그는 SNS에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며 “(정부가)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적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가 싫증 난 개 주인처럼 목줄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격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의사들은 정부의 무리한 의대 증원과 적대적인 여론 탓을 하며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여론은 의대 증원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말 보건의료노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3%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했다. 85.6%는 “의협이 진료거부 또는 집단휴업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갤럽은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에서도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가 76%로에 달해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16%)는 응답을 압도했다.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대생 동맹휴업 결의도 잇따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50대 회사원 A씨는 “대학 정원을 늘리는 걸 의사들이 환자를 팽개쳐가면서 반대했다는 건 다른 나라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다”며 “특히 대학생이 후배들의 정원 문제까지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보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런 부정적인 여론의 상당수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의대 증원 반대 논리를 알리기 위해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의대 2천명 증원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이니 의대 증원의 불합리성을 알리는 데에도 집중하겠다”며 “대국민 홍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에서 언론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수호 전 의협회장은 17일 비대위 회의 후 브리핑에서 세브란스병원 소청과 의국장의 ‘사직의 변’을 소개하면서 “(집단행동 후 복지부의 조치에 따라)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일이 벌어지면 사직하는 의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료를 앞두고 사직한다는 이 여성 의사의 글은 전공의와 의사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이고 현재 임신 중인 임산부”라고 밝힌 그는 “회사원인 신랑은 회사 진급을 포기하고 2년에 달하는 육아휴직을 감내했고, 신랑 복직 후에는 양가 부모님의 헌신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왔다”며 “태교는커녕 잠도 못자고 컵라면도 제때 못먹는다”고 적었다.

그는 “당직 시간 심정지가 온 환아를 심폐소생술할 때 내 뱃속 아기가 유산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의사니까 처치에 집중하자고 다짐하기도 했다”고 말하면서 “500명을 하든, 2천명을 하든 의대 증원 정책은 소아청소년과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업(집단행동)을 하더라도 소아청소년과를 포함해 무너지고 있는 필수의료과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마련되지 않을 것 같고 의사가 환자 목숨보다 자기 밥그릇을 중시한다는 비난들은 더는 견디기 괴롭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의사 집안도 아니고 모아둔 돈도 없고 이제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생계 유지도 필요하고 아이들을 돌볼 시간도 필요하다”며 “엄마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포기하고 피부미용 일반의를 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말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제9차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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