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 입버릇처럼 남겼던 유언 [인터뷰]

김영옥이 ‘소풍’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영옥은 입버릇처럼 유언을 남겼다. 박원숙에게, 그리고 김해숙에게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들을 어루만져 달라”고 했단다. 위장 건강이 안 좋아 고생하면서도 자녀를 걱정했던 그의 이야기에서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김영옥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소풍’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풍’은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세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 작품이다.

나문희·박근형과의 우정

김영옥은 ‘소풍’에 ‘진짜 이야기’가 담겼다는 점에서 큰 만족감을 품고 있다. 그는 “이 영화에는 우리 이야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그래서 (촬영) 과정도 어렵지 않았다. 감독도 우리를 내버려 두다가 욕심나는 부분만 터치해 줬다. 우리의 흘러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린 듯하다”고 했다. “백세시대라는 말이 있죠. 백세시대를 모두가 건강하게 맞이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잖아요. 제일 중요한 게 건강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의 몸을 다스릴 수 없을 때, 가족이 있어도 그 불행은 대체할 길이 없죠. 그 사실을 영화에서 보여준 듯합니다.”

‘소풍’에서는 김영옥과 나문희 박근형의 호흡이 돋보인다. 나문희는 은심을, 김영옥은 금순을, 박근형은 태호를 연기하며 따뜻한 우정을 그려냈다. 김영옥은 실제로도 나문희 박근형과 친분을 갖고 있다. “틈 나면 같이 밥을 먹었다. 매운탕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눴다. 계속 끼니 시간이 돌아오지 않나. 그때 우정을 돈독히 했다”는 게 김영옥의 설명이다. 나문희와 “네가 (출연) 안 하면 나도 안 해”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도 했다. 박근형에 대해서는 “일일드라마도 같이 했고 인연이 이전부터 좀 있었다. 우리가 말이 많은 사람들이라 친하다. 작품을 같이 많이 한 건 아닌데 친하다. (호흡을) 주고받는 데 어색함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세 사람의 우정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영옥,박원숙·김해숙에게 전한 말

김영옥이 과거를 회상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영옥은 과거부터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유언을 집에서, 그리고 동료들에게 수도 없이 흘리고 다닌다”는 그는 자녀들이 어렸을 때 많이 아픈 적이 있었단다. 김영옥은 “위장이 안 좋았다. 박원숙 김해숙에게 장난처럼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들을 어루만져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전했다. 이어 “박원숙이 ‘젊었을 때 유언을 수도 없이 하시더니 똥칠할 때까지 사신다. 웃기는 사람이네’한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건강을 지키며 오랜 시간 활동을 이어온 비결로는 술·담배를 멀리하는 태도, 스트레칭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취해서 알딸딸한 기분이 좋아 안 깨고 싶을 때도 있지만 건강을 해칠까 봐 술, 담배를 안 한다. 그건 기본이고 조금씩이라도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게 좋을 듯하다. 노인이니까 그냥 있으면 몸이 뻣뻣해지는 듯하다. 심한 운동은 못 한다”고 이야기했다. ‘소풍’의 소재 중 하나인 존엄사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김영옥은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닌 상황에서 의료 행위로만 목숨을 끌고 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임영웅 향한 애정

‘소풍’에는 임영웅이 부른 노래 ‘모래 알갱이’가 삽입됐다. 김영옥은 임영웅의 팬이다. 그는 “임영웅은 첫사랑 같은 존재다. 임영웅이 탈을 내기 전에는 영원히 (마음속에서) 안 지워질 것 같다”고 했다. 나문희와 함께 임영웅의 콘서트를 찾기도 했단다. 평소 임영웅이 나오는 콘텐츠를 열심히 챙겨봤다는 김영옥은 “인물이 직접 나와 (공연을) 하니까 남다르더라. 나문희는 (임영웅의) 팬이 아니었다. (가기 전에는) ‘그런가보다’ 하더니 그날 아주 그냥 본인이 더 야단이더라. (나문희가) ‘너무 잘해’하면서 감탄했다”고 밝혔다.

임영웅을 향한 애정만큼 연기 열정 또한 타오르는 중이다. 그는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된다면 주인공을 할 거다. 스타가 돼서 빌딩도 살 생각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현재의 김영옥도 찬란하게 빛나는 중이다. 그는 “활짝 피었다가 끝나는 건 싫다. 그런 점에서 내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전 이것저것 하면서 쉬지 않고 연기했죠. 저만의 영역을 구축했다고 생각해요. 누구도 할 수 없는 영역을 해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고 그걸로 만족합니다. 전 지금 행복해요.”

‘소풍’은 지난 7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