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없는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전공의 집단사직 여파가 대학병원 내 호스피스 병동에까지 미치고 있다. 일부 환자는 제때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권유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인간적인 죽음을 맞이할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8일 국민일보가 서울 내 대학병원에서 만난 호스피스 병동 관계자와 보호자들은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피해가 체감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후 1시20분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내에서 쉬고 있던 80대 여성 A씨는 이곳에 입원 중인 말기 암 환자 남편을 돌보고 있다. A씨 남편은 최근 눈이 불편해 안과 진료를 원했지만 안과 전공의가 사직한 탓에 진료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회진 도는 인원이 줄어 남편이 세심한 진료를 받지 못할까봐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의료진 파업 전 인턴들도 회진에 함께 들어왔던 것과 달리 지금은 교수와 간호사만 회진을 돈다. A씨는 “병원에 남아 있는 의료진에게 업무가 몰리는 것은 입원 환자에겐 나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형병원은 환자들에게 전공의 사직 영향을 받지 않는 인근 소규모 호스피스 병동으로 전원을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북삼성병원 인근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 관계자는 “병실 공동 간병인이 없어 환자마다 개인 간병인을 둬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데도 지리적 이점 때문인지 전원 상담이 많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반대로 대학병원 호스피스 병상은 비어가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배식 근무자로 일하는 60대 남성 B씨는 “의료진 사직 이후 병동이 한산해지고 있다”며 “평소에 14개 병상 가운데 7개 병상에 배식했는데, 지금은 4개 병상에만 배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이 비인간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호스피스 병동 환자는 통증을 관리하면서 평온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의료진 파업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워졌다”며 “인간적인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기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한 대형병원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집에서 요양하던 말기 암 환자들은 죽음을 앞두고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가족들이 임종도 지키지 못한 채 환자가 길에서 죽는다면 이 또한 비인간적인 죽음”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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