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에 동의 안한다’ 주장하는 SNS 계정 개설되기도
사직서 냈지만, 의료현장 남아 환자 돌보는 전공의도 목격
“아직 모르겠다”, “내일은 돼봐야 알 수 있다” 분위기도
‘전공의 집단 행동’ 복귀는 언제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서혜림 계승현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정부가 집단사직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두고 일부 전공의들이 복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일부 전공의의 움직임일 뿐 ‘체감할 만한’ 수준의 복귀는 없다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전체 젊은 의사들로 확산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복귀 ‘마지노선’이라고 제시한 오는 29일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 건국대병원 전공의 12명 복귀…”언제 돌아가야 하느냐”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건국대학교병원 소속 전공의 12명이 지난 26일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국대병원 전공의 수는 2022년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집계 기준 인턴 29명, 레지던트 169명 등 총 198명이다.
건국대병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 월요일에 돌아온 것으로 판정된 전공의들이 12명이었다”며 “전공의들은 스케줄 따라 근무하기 때문에 현재 병원에 있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예비 인턴’ 중에선 임용 포기를 번복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인턴은 내달부터 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해야 하는 ‘막내 전공의’들로, 선배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에 힘을 보태려 임용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확산해왔다.
한양대병원에선 전날 인턴 2명이 임용 포기를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한양대병원 인턴 정원은 40명이다.
아직 뚜렷한 의사를 표현하지는 못했으나 복귀를 고민하는 전공의도 더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달 급여를 받아야 하는 사정이 있거나, 예상치 못하게 길어지는 상황에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내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없지만, 일부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언제쯤 돌아가야 하는 거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부 전공의의 복귀 속에 최근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를 표방하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개설됐다.
이 계정 운영자는 ‘2024년 의대생의 동맹휴학과 전공의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모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운영자는 게시글에서 “의대생의 경우 집단 내에서 동맹휴학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색출하여 낙인찍고 있으며, 찬반의 문제 이전에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선배의 지시를 기다려야만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운영자는 “위기에 놓인 환자들을 위해, 집단행동에 휩쓸리고 있는 의대생·전공의를 위해, 더 나은 의료를 고민하는 시민들을 위해 활동하고자 한다”고 했다.
해당 계정에는 ‘의사를 사칭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댓글이 달리는 중이다.
이동하는 어린이 환자들
◇ 현장에선 “복귀 이야기 나오지만, 체감할 수준 아냐”
병원을 떠난 전공의 일부가 복귀를 고민하고, 다른 목소리를 가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모임을 구성하는 등 움직이면서 이러한 물결이 의료계 전반으로 퍼져나갈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병원은 아직 전공의들의 복귀를 체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은 아직 전공의들의 뚜렷한 복귀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날 정부가 ‘복귀한 전공의들이 꽤 있다’고 언급하면서 젊은 의사들이 동요하기도 했으나, 다시 잠잠해졌다는 게 주요 병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주요 상급병원 교수들 역시 진료과별 상황이 다르긴 하겠지만,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며 섣불리 복귀를 점칠 상황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선 전공의들이 복귀하거나 복귀를 고민하더라도, 아직 병원이나 전공의 모두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한다.
한 수련병원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은 대개 진료과별로 움직이기 때문에 복귀하더라도 일괄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고, 이들의 복귀 여부는 병원에서도 민감한 사안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누군가에게 자극이 될 수도 있고, 좋지 않은 방향으로 확산할 수도 있어서 공개하기 꺼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복귀를 고민하는 전공의들이 있긴 하겠지만, 우선 내일은 돼봐야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한편에선 전공의들의 복귀가 병원 내 ‘의료시스템상 복귀’가 아니냐고도 추정한다.
병원에서 전공의가 내부 의료시스템에 접속한 이력만으로 돌아왔다고 판단한 게 아니느냐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복귀 여부가 좀 더 명확해져야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휴게실 지나치는 의료진
◇ 병원들 남은 인력으로 ‘버티기’…환자 피해는 지속
병원들은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버티기’에 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교수와 전임의로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우고, 수술과 외래 진료를 절반으로 축소하는 등 비상진료체계를 가동 중이다.
현장을 지키는 의사 중에는 사직서를 내고도 차마 돌보던 환자를 떠나지 못한 전공의들도 있다.
사직서를 냈지만 현장에 남아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서울 대형병원 레지던트는 “너무 힘들어서 정부의 통보 시한, 전공의 고발 등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며 “이 상황이 어찌 됐든 빨리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임의 이탈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가운데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별다른 동요 없이 근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전임의 이탈 분위기는 아직이고, 제 역할을 다하고 있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브란스병원 역시 전임의 이탈로 인한 공백이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내달 출근 예정인 전임의 규모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현장의 혼란이 지속되면서 환자들의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보건복지부의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당일 상담 건수는 48건이었다.
이 중 26건은 피해신고서가 접수됐다. 피해신고가 접수된 26건 중 수술 지연이 21건으로 대다수였다.
피해신고 센터가 가동한 지난 19일부터 누적 상담 수는 671건으로, 이 중 피해신고가 접수된 건 304건이다.
의사들은 어디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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