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94% 만족, 저학력자가 외로움 더 느껴"…1인 가구의 삶 조사해보니

40대 여성 직장인 김수정씨는 서울 관악구 20평대 아파트에 혼자 사는 1인가구 주민이다. 부모 등 가족이 경기도 성남시에 살고 있지만, 직장이 서울 강남에 있어 이곳에 아파트를 얻어 혼자 살고 있다. 김씨는 주말이면 등산을 즐긴다. 성남 부모 집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간다. 그는 19일 “지금 사는 환경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라며 “퇴근 후 가끔 외로울 때가 있긴 하지만, 자유로운 삶이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살치살 전문 식당. 벽을 마주할 수 있는 1인 가구 전용 좌석이 마련돼 있다. 김민상 기자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살치살 전문 식당. 벽을 마주할 수 있는 1인 가구 전용 좌석이 마련돼 있다. 김민상 기자

1인가구 중 85.9% “현재 생활에 긍정적” 

‘1인가구’가 대세인 시대다. 1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인가구는 전체의 41.55%에 이른다. 열 집 중 네 집 이상이 1인가구란 얘기다. 4인 이상 가구는 17.07%뿐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1인 가구 주민들은 ‘외롭고 적적할 것’이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삶에 만족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관악구가 지난해 관내 거주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관악구 1인 가구 비율은 61.6%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다. 조사는 이 가운데 20세 이상 성인 42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에게 개인 생활과 건강·안전 등 11개 영역 106가지를 물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그 결과 1인 가구 중 85.9%가 “현재 생활에 만족 또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관악구 김진연 1인 가구팀장은 “홀로 사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의외로 적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의 만족도(보통 이상 93.9%)가 남성(보통 이상 77.7%)보다 높았다. 나이가 젊을수록 만족도는 더 높았다. 실제로 청년층(20세 이상~30대) 만족도는 70.3점이지만, 노년층(60세 이상)은 49.8점에 그쳤다. 학력과 소득 역시 1인 가구 삶의 만족도와 비례하는 양상이었다.

 

 

나이 많을수록 1인 가구 어려움도 커져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반대로 외로움 등 1인 가구가 느끼는 삶의 고충은 연령이 올라갈수록 커졌다. 특히 노년층 1인가구는 경제적 어려움(32.9점)과 외로움(40.7점)을 다른 연령보다 크게 느꼈다. 청년층은 경제적 어려움(41.3점)과 위급상황 우려(41.7점) 등과 관련한 불안이 컸다. 상대적으로 근로 활동이 왕성한 나이대인 중장년층(40~50대)은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외로움(44.8점)을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으면 외로움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인 가구로서 느끼는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는 소득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집밥’ 비율, 여성이 남성의 2배

  흥미로운 조사 내용도 있었다. 조사대상 가운데 37.1%는 집에서 직접 요리해 끼니를 해결했다. 직접 조리하는 비율은 여성이 50.5%로 남성(23.7%)보다 높았다. 또 소득이 높을수록 ‘식당 이용’ 비율이 올라갔다.

1인 가구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갈증이 상당했다. 특히 ‘소모임 지원(28.6%)’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사회적 관계에 대한 갈증은 학력이 낮을수록 더 많았다. ‘학연’을 통한 관계 확장이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악구는 이번 조사를 통해 연령·소득별 지원방식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주택지원 정책은 노년층은 주택 개·보수 지원(38.6%)을 최우선으로 꼽았지만, 청년층은 주택 구매나 임차 등 지원(55.1%)을 더 원했다. 나이대별로 주택 소유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1인 가구 증가는 앞으로도 계속될 사회 현상”이라며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생활밀착형 맞춤 정책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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