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등진 전공의들…업무개시명령 회피 ‘꼼수’

환자 등진 전공의들…업무개시명령 회피 ‘꼼수’

빅5병원을 비롯한 전국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 현장을 떠나는 가운데 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사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모르는 전화 받지 말라.”

“절대로 문 열어주지 말고 서명하지 말라.”

“전공의 법률 지원단에 연락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라.”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진료를 중단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응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단체 채팅방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턴, 레지던트 필독! 업무개시명령 어떻게 대처할까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확산하고 있다. 해당 게시물에는 정부가 진료를 중단한 의사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을 때 이를 알리는 행정절차인 ‘송달’의 종류별 대처 방법과 병원 재계약 여부, 사직 사유 작성법 등이 안내돼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0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71.2%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가 수리된 사례는 현재까지 없으나 7813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빅5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서울성모·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한 상위 50개 병원에 대한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는 6112명이다. 복지부는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 715명을 제외한 5397명에게 추가로 명령을 내렸다.

해당 게시글에선 문자, 전화, 이메일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송달되는 경우를 대비해 전화를 피하라고 권했다. 인터넷 공고로 전달하는 공시송달 대처법으로는 전공의 법률 지원단에 연락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라고 돼 있다. 교부 송달(우편 송달)의 경우엔 “당사자의 수령 서명이 완료된 즉시 효력이 있으나 서명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 경찰의 임의동행, 재계약 상황, 사직서 사유에 대한 대처 방법도 안내됐다.

지난 19일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글은 “바탕화면, 의국 공용폴더에서 인계장을 지우고 세트오더도 다 이상하게 바꿔버리고 나와라”라는 내용을 담아 의료현장의 혼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인계장은 교대 근무자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인수인계해야 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세트오더는 필수처방약을 처방하기 쉽게 묶어놓은 세트를 의미한다.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가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계정 비밀번호를 바꿀 것도 종용했다. 경찰은 최초 글 작성자를 추적해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교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법 59조에 따라 전공의들의 연락처로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하고, 명령 불이행자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 범죄 구분 없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2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정부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 제재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배운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면서 “전공의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가 달라”고 촉구했다.

신대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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