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2020년 10월 18일 주룽지 중국 당시 총리(뒷줄 좌측)가 지켜보는 가운데 양국 외무장관들이 청와대에서 조약서명을 하고 있다. 청와대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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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행(中國銀行·Bank of China) 서울지점이 우리나라에서 조달한 자금을 중국 내 사업자에 빌려주고 얻은 이자 소득에 대한 세금은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에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는 중국은행이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본 원심 판결을 지난달 25일 확정했다.
중국 베이징에 본점을 둔 중국은행 서울지점은 2011~2015년 국내에서 조달한 자금을 본국의 지점에 예치하거나 중국 내 사업자에게 대여하는 방식으로 이자 소득을 얻었다. 이 소득은 중국에서 발생한 것이긴 하지만, 서울지점으로 귀속됐다.
그런데 서울지점은 법인세 납부 과정에서 “중국 거주자들이 중국은행에 이자 소득을 지급하면서 중국의 기업소득세법에 따라 소득 10% 상당액을 기업소득세로 원천징수해 중국 과세당국에 납부했다”며 이 원천징수액을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하고 법인세를 신고했다. ‘외국납부세액 공제’는 국내 법인이나 국내 고정사업장이 있는 외국 법인이 외국에서 발생한 소득(국외 원천소득)에 관해 그 외국에 납부한 법인세를 우리나라 법인세액에서 덜어줄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이중과세 방지를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과세당국인 종로세무서는 정기세무조사를 실시해 “해당 중국은행 서울지점의 소득은 한국에 과세권이 있다”며 2011~2015년도 사업소득에 대한 법인세 총 358억여원을 부과했다. 중국은행은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재판과정에선 두 가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먼저 ① 한·중 조세조약 상 중국에서 발생했지만 서울지점으로 귀속된 소득에 대해 중국과 우리나라 중 어느 나라가 우선적 과세권을 갖는지였다. 한·중 조세조약 7조 후문은 “일방 체약국(조약체결국) 기업이 상대방 체약국에 소재하는 고정사업장을 통해 사업을 경영하는 경우,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이윤에 대해서만 상대방 체약국이 과세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여기서 보장된 ‘상대방 체약국(우리나라)의 과세권’이 일방 체약국(중국)의 과세권보다 우위에 있는 것인지를 둘러싸고 양측의 해석이 엇갈렸다. 또 ② 제3국이 아닌 거주지국(중국)에 낸 세금에도 ‘외국납부 세액공제’가 적용되는지가 추가 쟁점이 됐다.
1심은 ①에 대해 “피고인 조세당국은 ‘한·중 조세조약 7조 1항 후문이 고정사업장(영업지점)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 소재지국에 과세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는 거주지국 과세권을 제한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주장하지만, 7조 1항 후문은 소재지국과 거주지국 모두에 과세권이 성립할 수도 있다는 뜻이므로 이미 이뤄진 중국 과세당국의 과세권을 위법하게 하지 못한다”며 중국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또 ②에 대해서도 “외국납부 세액공제의 대상인 ‘외국’이 거주지국을 제외한 외국을 뜻하는 ‘제3국’에 국한한다는 표현은 구 법인세법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며 이런 공제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2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7조 1항 후문의 ‘과세할 수 있다’는 양 체약국에서 모두 과세가 가능하지만, 고정사업장 소재지국의 과세권이 거주지국의 과세권에 우선한다는 뜻”이라며 “거주지국의 과세권은 이중과세 회피를 전제로 한 보충적 과세권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중국은행 서울지점에 발생할 수 있는 이중과세 부담을 공제해줘야 하는 것은 거주지국인 중국이지 우리 조세 당국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어 ②에 대해 “(제3국이 아닌) 거주지국인 중국에 납부한 이 사건 세금에 관하여는 외국납부 세액공제가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과 같았다. 대법원은 “외국법인의 거주지국에서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소재한 위 외국 법인의 고정사업장에 귀속된 소득으로서 거주지국과 체결한 조세조약의 해석상 그 소득에 대하여 우리나라가 먼저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이중과세 조정은 거주지국에서 이루어지게 되는 경우에는, 그 소득에 대하여 거주지국에 납부한 세액이 있더라도 그 세액이 외국납부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윤지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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