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돼” KS 명장과 레전드 코치, 108홀드 선배까지 똑같은 주문…결론은 나왔다. 김진욱만 달라지면 된다
[OSEN=조형래 기자]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롯데 자이언츠의 4년차 좌완 투수 김진욱(22)은 입단 당시 기대치, 스스로 가진 잠재력에 비해 아직 결과로 보여주지 못했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입단한 당시 최대어 투수였지만 동기생, 후배에 비해 보여준 게 별로 없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채 정체되고 있다.
반짝이던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김진욱은 데뷔 후 가장 많은 50경기에 등판했다. 첫 11경기 12⅔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김진욱은 25경기 23⅓이닝 평균자책점 1.61로 특급 셋업맨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이후 무너졌고 다시 회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욱이 갖고 있는 잠재력과 재능은 여전히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누구보다 노력하는 것도 알고 있다. 김태형 감독 역시도 김진욱의 재능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마무리캠프부터 김진욱에게 격려하고 칭찬하면서도 끊임없이 주문하고 있다. 롯데 좌완 레전드 출신 주형광 투수코치도 궤를 같이 하는 조언들을 하고 있다.
주형광 코치는 스프링캠프 기간, 김진욱에 대해 “11월 마무리캠프 보다는 훨씬 좋아졌다”라면서 “감독님이나 저나 주문하는 건 ‘틀 안에 가두려고 하지 말고, 넓게 보고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피칭할 때 루틴이 자기 순서에 맞게끔 던져야 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스타일은 피곤하다”라면서 “감독님도 ‘너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단순하게 생각하고 타자와 바로 싸울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계속 주문하신다. 구위가 나쁜 투수가 절대 아니다. 갖고 있는 잠재력을 표출하지 못하니까 안 좋은 결과로 나오는데 그걸 계속 끄집어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메커니즘 적인 면에서도 조언을 한다. 주 코치는 “팔이 급하게 나온다. 몸은 이미 던질 준비를 다했는데 팔이 짧고 급하게 나오면 상하체 밸런스가 무너진다. 이런 틀을 벗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김진욱도 이러한 코칭스태프, 그리고 동료들의 주문을 잘 알고 있다. 김진욱은 괌 스프링캠프 기간, 구승민의 방을 찾아서 조언을 계속 구했다. 대학교 시절 투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프로에서도 굴곡진 커리어를 이겨내고 리그 대표 셋업맨으로 거듭난 구승민의 경험을 김진욱은 얻고자 했다.
구승민은 “제가 겪었던 경험들을 얘기해준다. 진욱이 실력은 워낙 좋다. 지금 진욱이는 실력 문제가 아니다. 너무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까 역효과가 나는 것 같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아서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는 조언들을 해준다”라고 전했다.
이어 “본인이 좀 더 내려놔야 한다. 계속 잘 하려고 하고 스트라이크를 던져도 더 좋은 공을 던지려고 하는 부담이 있다. 자기 공이 마음에 안들면 마음에 들 때까지 해야 하는 성격이 있다”라며 “안 좋은 날도 있고 좋은 날도 있는데 더 좋게만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까 만족하지 못하고 성취감도 없는 것이다. 잘해도 불안하고 못해도 불안해 한다. 이런 점들을 계속 말해준다”라고 강조했다.
구승민은 이 점을 “될 때까지 말해줄 것이다”라고 말한다. 김진욱도 이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본인만 내려놓으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꾸준하기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 꾸준하게 던지려면 마음가짐도 항상 똑같아야 한다. 그래서 답답할 때마다 승민 선배님 방에 찾아간다”라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에서 룸메이트를 했고 잠시나마 많이 의지했던 112승을 거둔 대선배 차우찬(은퇴) 역시 김진욱에게 비슷한 조언을 건넸다. 그는 “잘 하는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면 항상 단순하다. 단순하게 던지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만큼 제가 생각에 많이 얽매이다 보니까 그런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다”라고 했다.
김진욱 스스로도 알고 있다. 본인만 완벽해지려는 틀을 깨면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 아직 쉽지 않다. 고집이 아니다. 마음 한 켠의 불안함을 아직 떨쳐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김태형 감독과 주형광 투수코치, 구승민과 차우찬 등 모두가 한마음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단순하게 생각하고 던지라고 해도 제가 그 불안감을 다 깨고 편하게 던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 그런 것에 걱정이 있어서 마냥 편하게 못하는 것 같다. 이런 걱정이나 결과를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참 어렵다. 이런 것들을 깨기 위해 승민 선배나 룸메이트인 (나)균안이 형에게 계속 물어본다”라고 자책했다.
동료들 역시 이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김진욱은 “어느날 (김)원중이 형이 제가 던지는 것을 지나가며 보면서 ‘쉽지 않겠다’라고 얘기를 하시더라”라며 “그래도 쉽지 않겠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한 번 해봐라’라고 얘기를 해주시더라”라고 덧붙였다.
올해 팀에 합류한 좌완 대선배인 진해수(38)와 임준섭(35)도 비슷한 조언을 건넸다. 김진욱은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 네가 편해야 보는 사람들도 편안해 한다. 편하게, 아무 생각 없이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주신다.
결론은 이미 나와있다. 하지만 김진욱이 아직 이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마지막 허물을 벗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스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 파고드는 느낌이다. 그냥 이런 생각들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을 저도 알고 있다”라면서 “지난 3년 동안 똑같이 해왔다. 이제 바꿀 것은 마음가짐 밖에 없지 않나”라고 자조 섞인 채로 말했다. 그만큼 그동안 자신을 지배했던 생각을 바꾸는 게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다.
지난해 시즌 초반 괜찮았던 페이스를 끝내 회복하지 못한 것 역시 “잘 던지다가 꺾였을 때, 지나간 것을 생각하면 안되는데 지나간 것을 생각하다 보니까 거기에 얽매였다. 좋았을 때의 느낌만 찾으려고 했다. 잘 던지고 괜찮았던 경기인데 너무 완벽한 것만 생각했다. 그날의 생각은 그날에 끝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됐다”라며 “더 잘할 수 있었고 반등의 기회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내가 부족했다”라고 되돌아봤다.
자책의 연속이었다. 김진욱 스스로가 더 답답하다. 이제 스스로 바뀌기만 하면 된다. 2024년의 첫 시작은 좋지 않았다. 지난 24일 자매구단인 지바 롯데와의 교류전에서 김진욱은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2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부진했다. 괌 스프링캠프 막판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은 여파도 있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는 날’이라는 생각으로 털어버리고 다시 올라서야 한다. 김진욱의 도약을 위한 해답은 이미 나와있다. 김진욱 스스로 이 해답으로 찾는 길에 올라서기만 하면 된다. 김진욱은 2024년 해답을 깨닫고 도약의 길을 밟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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