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 사직이 이어지는 가운데 20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진료 대기실에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끝에 “2천명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전공의들을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들을 전면 철회하고, 정식으로 사과할 것”도 정부에 촉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20일 이날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한 뒤 자정 가까운 늦은 밤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하십시오’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우선 지난 2월 정부가 연이어 발표한 필수의료 4대 정책(의사인력 확충·지역의료 강화·의료사고 안전망 구축·보상체계 공정성 제고)과 2천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합리적인 의사 수 추계를 위해 과학적인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표심을 위해 의대 정원 정책을 발표했다”는 주장이다.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고 증원과 감원을 같이 논의할 것과 불가항력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도 요구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 증원이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필수조건임은 명백하다”며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머리발언을 시작하며 약 9분간 의료계를 향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의료개혁에 동참해달라”며 △지역 필수의료·중증 진료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 확립 △사법 리스크 완화 등을 거듭 제안했다. 다만 집단행동에 대한 엄정 대응 원칙 등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필수의료 4대 정책엔 의사의 배상책임보험·공제조합 가입을 의무화해 의료사고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추진도 포함돼 있다. 환자·시민단체는 이런 정부 정책에 대해 “사망자가 발생한 의료사고 대해서도 특례 적용 가능성을 열어놨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대전협은 “의사 수를 늘린다고 저수가와 의료소송 등 문제를 우선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의대 증원은 필수의료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로 돌아올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너지는 수련 환경 속에서 병원을 떠나고 싶었던 전공의는 단 한 명도 없다”며 “정부가 지금의 정책을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보건복지부 집계(19일 밤 11시 기준)에 따르면, 전국 100개 병원(전체 전공의 95% 근무)에서 모두 64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19일 밤 11시 기준)를 제출했으며 그중 1630명(25%)은 환자 진료를 중단하고 병원을 떠났다. 이에 따라 전공의 인력 비중이 큰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수술 연기를 비롯한 진료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박현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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