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억 들였는데 연 입장수입 2억… 세금 먹는 테마파크

1700억 들였는데 연 입장수입 2억… 세금 먹는 테마파크

1700억 들였는데 연 입장수입 2억… 세금 먹는 테마파크

경북 영주시 선비세상 전경. 영주시 제공

지난해 전체 유료 입장객 3만4,260명, 총 입장수입 1억9,000만 원. 하루평균 유료 입장객은 100명도 안 되고, 입장수입 2억 원은 지난해 운영비(64억 원)의 3%도 안 된다. 1,690억 원이나 들여 지은 체험테마공원 ‘선비세상’의 현주소다. 민간기업이라면 투자를 결정한 최고경영자(CEO)는 배임죄로 처벌감이다.

지난 25일 오전 경북 영주시에 있는 선비세상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인지 일요일인데도 비교적 한산했다. 주차장에는 60여 명의 중장년 관람객이 2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막 출발하고 있었다. 2시간여 선비세상을 둘러보는 동안 마주친 관람객은 어린이와 함께 온 10여 가족이 전부였다.

가족과 함께 왔다는 박준수(36ᆞ충북 단양군)씨는 “입장료도 적당하고 유아 체험거리는 괜찮은 것 같은데 청소년 체험프로그램과 다른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며 “관광객이 너무 없어 이렇게 잘 지은 시설을 유지하려면 힘들겠다”며 영주시를 걱정했다. 다른 30대 관람객은 “민속촌 축소판처럼 잘 만들어 놓았는데, 수도권에서 일부러 올 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입장료는 5,000원(어른)~3,000원(어린이)이고, 7세 이하는 무료다. 원래 1만5,000원(어른 기준)이었으나 관람객이 너무 저조하자 영주시가 조례를 개정해 지난해 8월부터 대폭 낮췄다.

1700억 들였는데 연 입장수입 2억… 세금 먹는 테마파크

선비세상 입구. 영주=정광진 기자

1700억 들였는데 연 입장수입 2억… 세금 먹는 테마파크

영주 선비세상 안에서 운행 중인 전기 기관차. 영주=정광진 기자

선비세상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쯤 광역경제권 발전 선도프로젝트 대구ᆞ경북권 사업의 하나로 시작했다. 3대 문화권(신라 가야 유교) 사업 중 유교 권역 한국문화테마파크 영주지구 사업으로, 2013년 착공해 9년 만인 2022년 9월 정식 개장했다. 96만㎡ 부지에 한옥촌 한복촌 한식촌 한지촌 한글촌 한음악촌 6개 테마촌과 주차장 지원시설 편의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 초가집을 제외하면 모두 골기와로 지붕을 올렸다. 각 테마촌에서는 한지나 한식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등 체험프로그램에도 나름 공을 들였다. 선비세상 아래쪽으로는 전통 한옥을 옮겨 짓거나 본 떠 지어 숙박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선비촌,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이 연이어 자리 잡고 있다. 차로 30분 거리에 부석사도 있다.

하지만 시작 때부터 대도시에서 접근성이 떨어져 관람객 확보가 불투명하다는 경제성 부족이 지적됐다. 2011년 한국개발연구원이 진행한 간이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비용대비편익(B/C) 수치가 기준치 1에 못 미치는 0.43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부는 예타면제를 통해 사업을 강행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년간의 긴 사업기간 동안 출산율이 급락하며 주 고객인 어린이가 급감한 게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2009년 당시 출생아는 약 45만 명, 선비세상을 주로 이용할 만한 잠재 고객층은 연령대별로 50만~7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2017년 40만 명 선이 무너졌고, 2022년 개장하던 해엔 24만9,186명으로 뚝 떨어졌다. 선비세상을 관할하는 김일훈 소수서원관리사무소장은 “다른 유교문화권사업과 중복, 긴 사업기간 등으로 시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라며 “콘텐츠를 보강하고 단지 내에 추진 중인 코레일인재개발원 등과 연계하는 등 활성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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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지난 25일 오전 영주 선비세상 입구 표지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영주=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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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선비세상 한글촌 입구. 솟을대문과 고래등 같은 기와지붕이 눈길을 끈다. 영주=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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