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비행기 파편 맞고 즉사”…소련 하늘 진입한 순간, 악몽이[뉴스속오늘]
1978년 4월20일.
프랑스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출발해 김포국제공항으로 도착 예정이던 대한항공 902편이 이날 오후 9시40분쯤 격추됐다.
미사일을 쏘아올린 나라는 소련. 직항이 있는 현재와 달리 당시 소련의 영공은 함부로 거쳐 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객기는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 국제공항을 경유해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이날은 평소와 달리 항공기가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
소련의 격추로 902편의 왼쪽 날개는 떨어져 나갔고 파편이 튀기며 동체에 구멍이 생겼다.
한국인 승객은 머리에 파편을 맞고 즉시 사망했으며 일본인 승객 또한 어깨와 오른팔에 중상을 입고 버티다 과다출혈로 끝내 숨졌다. 그 외에도 탑승자 13명이 부상을 당했다.
기체의 급격한 감압으로 비상경보가 뜨자 대한항공 902편을 운항하던 김창규 기장은 약 3분 만에 급하강했다. 기장의 눈앞에는 코르피야르비 호수가 보였고 꽝꽝 언 물가 위로 항공기는 안전히 착륙했다.
무사히 땅을 밟을 수 있다는 희망도 잠시 탑승자들의 눈앞에는 무장한 소련군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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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밖에 비행기가 있어요”…소련과 대한민국의 엇갈린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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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8년은 소련과 미국의 갈등이 지속되고 북한과 남한 간의 대립도 고조되던 시기였다. 이에 소련군을 목격한 승객들은 상당한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소련군은 승객들의 여권을 걷은 뒤 인근 마을 ‘켐(Kem)’으로 이동시켰다.
탑승객 모두 소련군의 조사를 받았으나 김 기장과 이근식 항법사는 잘못된 항로로 비행을 했다는 점에서 강도 높은 절차를 거쳤다. 당시 여객기는 GPS(위성 항법 시스템)를 이용하지 않고 항법사가 직접 나침반 등을 보며 길을 안내했으며 지시에 따라 기장은 여객기를 운항하는 시스템이었다.
소련 측은 여러 차례 영공을 침범했다는 신호를 보냈으나 902편이 이를 거부해 군 당국의 명령에 따라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측의 입장은 달랐다. 김 기장 또한 옆에서 따라오던 요격기를 발견해 속도를 줄이고 지시에 따르겠다는 신호를 보냈으나 소련 측이 아무런 반응 없이 없다 갑작스레 격추했다는 것이다.
결국 소련 측이 어떠한 경위와 이유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항로가 급격하게 바뀌게 된 이유는 항법사의 실수였던 것으로 이후 어느 정도 파악됐다.
지난 1978년 5월1일자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귀국한 이 항법사는 기자회견장에서 줄곧 대답을 피하거나 고개를 숙이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30년이 지났을 무렵 공개된 정부 비밀 외교문서에도 항법사의 과실에 대한 내용이 적혀져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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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인 ‘불명’…5년 후 또 한 번 악몽이 되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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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4월24일 오후 6시40분 승객들은 마침내 대한민국으로 송환됐다. 기장과 항법사만 남아 추가 조사를 받았고 이들 또한 무려 13일 만에 한국 땅을 밟게 됐다.
대한항공 902편 여객기 본체는 돌아오지 못했다. 소련이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정황을 알 수 있는 블랙박스 및 음성기록 장치도 주지 않아 지금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이 같은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약 5년 후 대한항공 007편이 다시 한번 소련 영공을 침범했고 소련은 민항기를 격추했다. 이에 따라 269명 승객 전원이 사망했고 대한민국 항공기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소련은 902편과 007편 모두 미국의 정찰기로 오인하여 무고한 희생자를 낳았다. 심지어 007편에서 숨진 희생자들의 유해는 찾지도 못했다. 지난 1991년 붕괴 전까지 소련은 9번이나 민항기를 공격했다.
한편 대한항공 007편 추락사고 이후 국제민간항공협정이 개정됐다. 타국 영공에 침범했다 하더라도 민항기에 대해선 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하도록 법이 바뀌었다. 더불어 미국 국방부에서만 쓰였던 GPS가 항로 이탈 방지 목적으로 여객기에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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