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작성한 기사, 언론사 고참기자들이 '데스킹' 해보니

편집자주

인공지능(AI)은 인간 노동자를 돕게 될까요, 아니면 대체하게 될까요. AI로 인해 새로운 직업이 생기기도 했고, AI와 인간의 경쟁이 촉발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시작된 노동시장의 ‘지각변동’을 심층취재했습니다.

ai가 작성한 기사, 언론사 고참기자들이 '데스킹' 해보니

인공지능(AI) 기자 ‘랩투아이 RAG 시스템’이 쓴 기사(왼쪽)가 본보 부장급 에디터의 데스킹을 거친 모습(오른쪽). 노란색은 AI 기사가 삭제된 부분이고, 파란색은 에디터가 새로 추가한 부분이다. 이현주 기자

인공지능(AI)이 작성한 기사는 신문사에서 기사 품질 관리를 담당하는 ‘고참 기자’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한국일보는 AI 기자 ‘랩투아이 RAG 시스템’이 작성한 기사에 대해 본보 부장급 에디터1들의 평가를 직접 받아봤다. 노동 분야 이슈를 직·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두 부서장이 기사 평가 및 데스킹2 작업에 참여했다. 독자들도 AI가 쓴 원문과 고참 기자의 손을 거친 기사를 자유롭게 평가해볼 수 있도록 한국일보 홈페이지에 세 개의 기사 전문을 공개했다.

아직까진 갈 길 먼 ‘AI 기자’

우선 ‘인공지능(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노동시장의 미래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로 시작하는 기사의 ‘리드’가 어색하다는 공통된 지적이 있었다. 전체 기사를 끌고 가는 문장인 리드가 포함되는 첫 문단은 주제에 해당하는 메시지가 포함되거나 독자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는 매우 간결한 팩트들만 담겨야 하는데, AI 기사의 첫 문단은 논지가 불분명하고 정확히 어떤 것을 말하고자 하는지가 잘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AI 기자가 해외 보고서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걸 간과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영어 원문에 나온 용어를 충분한 풀이 없이 번역된 단어 그대로 쓰는 식이다. ‘인간 기자’는 취재 자료 속 낯선 용어는 자료의 전체 흐름 속에서 의미를 파악하고 풀어서 설명한다. 또 AI 기자는 인용한 보고서의 발표 시점이나 주제 등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두루뭉술하게 지칭하기도 했다. 기사 전체나 하나의 문단 안에서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강·약 조절에 소홀하거나, 일부분에 기사가 아닌 칼럼처럼 개인적 주장이 담긴 듯 보이는 점도 AI 기사의 한계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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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기사 원문(왼쪽)은 데스킹 과정에서 단순 오탈자 수정을 넘어 일부 내용이 재배치되거나, 아예 다시 쓰이기도 했다. 이현주 기자

“해설 기사보단 스트레이트 기사에 적절”

에디터들은 첨예한 이슈에 대해 독자를 설득하거나 사안을 깊이 있게 분석하는 기사를 맡기기에는 AI가 아직 부족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AI 기사가 비교적 문장이 매끄럽고 문법적으로 정확했다는 점에서, 주어진 사실을 스트레이트 기사 형태로 풀어내는 업무에는 적절히 활용해볼 수도 있겠다는 긍정적 관점도 제시했다. 간단한 주제로 한두 단락 분량의 짧은 기사 작성을 맡긴다면 실무적으로 유용할 거라는 예상이다.

AI를 활용한 기사 쓰기에 대해 다년간 연구해온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AI에 더 정교하게 기사의 어조를 학습시키고 구체적인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지적받은 한계점은 어느 정도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 기사 방향에 대해 가치 판단을 내리고 핵심을 압축해 쓰는 리드 문장 등 인간 기자의 핵심 능력은 AI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AI가 기사의 어떤 부분에 가중치를 둬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지시하는 건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라고 설명했다.

1 에디터언론사에서 취재나 기사 작성보다는 기사의 편집과 품질 관리를 주로 담당하는 기자2 데스킹취재기자가 쓴 기사 초고를 고참 기자나 에디터가 검토하고 다듬는 일련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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