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다쓰지로 나가사키대 핵무기폐기연구센터 교수. 나가사키/김소연 특파원 [email protected]
“일본 정부는 일단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중단하고 이해관계자가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 감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바다 방류가 오는 24일 6개월을 맞는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6개월 동안 오염수 2만3400t을 바다에 쏟아냈고 이런 오염수 방류는 앞으로 적어도 30년은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 14일 나가사키대에서 한겨레와 만난 일본 원자력 전문가인 스즈키 다쓰지로(72) 나가사키대 핵무기폐기연구센터 교수는 지난해 8월24일부터 시작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바다 방류와 관련해 “이것이 단순히 과학·기술적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프로세스(과정)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도쿄전력이 데이터를 근거로 아무리 설명해도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전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에 닿은 오염수를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제거하는 장치인) 알프스로 정화해 바다에 장기간 방류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장기적 영향을 우려했다.
스즈키 교수는 일본 내각부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대리를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역임한, 일본을 대표하는 원자력 전문가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 뒤 수습 과정에도 참여했다.
그는 오염수 방류 시작 한달 뒤인 지난해 9월 미국의 저명한 ‘핵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에 ‘왜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폐수의 해양 방류를 멈춰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는 등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했다.
―이달 2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 6개월이 된다. 그동안 약 2만3400t이 방류됐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은 지금 바다로 방류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처리수’는 보통의 원전에서 나오는 것과 다르다는 점이다. 후쿠시마 처리수엔 기준치를 밑돌긴 하지만 세슘·스트론튬·요오드 등 방사성 핵종이 포함돼 있다. 정상 가동되는 원전에선 삼중수소 이외 다른 핵종이 들어간 경우가 드물다. 이런 처리수가 30~40년 동안 방류될 경우 해양환경과 생물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확실하다. 로버트 리치먼드 하와이대 케왈로 해양연구소장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오염수 바다 방류는 국경을 초월하고 세대를 초월한 사건이다. 이것이 태평양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가 해양학자가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 의견에 공감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원자력 전문가가 저명한 미국 전문지에 ‘오염수 방류를 멈춰야 한다’는 글을 기고해 놀랐다.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방류를 둘러싸고 찬반에 초점을 맞춘 논쟁이 일본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알프스로 거르지 못한 삼중수소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고 있는 만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의문이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당시 경제산업상도 국회에서 인정했듯, 원전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에 닿은 오염수를 알프스로 정화해 바다에 장기간 방류하는 것은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다. 이 문제를 놓고 찬반을 뛰어넘어 어떻게 하면 ‘과학이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해 토론하고, 새로운 해법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고 싶었다.”
―오염수의 안전성을 논의할 때, 신뢰 문제가 중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불신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 등 여러 나라가 직접 오염수의 시료 채취를 요구했지만, 도쿄전력은 거부하고 있다.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이 이번 방류가 단순히 과학·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방류에 반대한다고 과학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핵물리학자 앨빈 와인버그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번 방류는 ‘과학으로 질문할 수 있지만, 과학만으로 답할 수 없는 문제’를 의미하는 ‘트랜스사이언스’(과학을 초월하는)의 사례다. 데이터가 전부일 수 없다는 얘기다. 프로세스(과정)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도쿄전력이 데이터를 근거로 아무리 설명해도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료 채취를 거부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연합뉴스
―오염수 안전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알프스의 성능도 논란거리이다.
“2018년 8월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약 70%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세슘·스트론튬·요오드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포함돼 있다는 것이 일본 언론을 통해 폭로되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전까지 알프스로 정화해서 삼중수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핵종은 기준치 미만이라고 설명을 해왔기 때문이다. 오염수의 위험을 낮추고 알프스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선 (방류보다도) 탱크에 있는 (기준치 이상의 핵종이 포함된) 오염수를 2차 정화하는 작업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 30~40년을 방류해야 하는데, 알프스 성능이 우려스럽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일본 정부가 일단 방류를 중단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인 감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 기구는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해체)를 점검하면서 처리수 방류도 함께 다뤄야 한다. 방류의 이유 중 하나가 폐로를 위한 작업 공간 확보다. 현재 폐로의 시기나 실현 가능성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왜 지금 방류를 해야만 하나’라는 설명이 미흡하다. 오염수 처리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도 의문이 많다. 여러 대책 중 바다 방류를 선택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각각의 방안을 놓고 안전성뿐만 아니라 지역이나 주변 국가에 주는 영향, 환경 문제 등을 비교한 내용이 없다. 이런 부분까지 감독기구에서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 국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구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방류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과학적 논리’를 넘어서야 한다.”
―일본 정부는 ‘독립적인 감독기구’보다 국제원자력기구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보고서나 모니터링이 도움은 되겠지만, 향후 30~40년 동안 계속될 오염수 방류 전체 계획이 검토된 적은 없다. 일본 정부가 부탁한 범위 내에서 도쿄전력이 제공한 일부 시료만 검증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도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검토한 보고서에서 “이번 검토가 (일본 정부) 정책에 대한 권고나 지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국제원자력기구는 자신들이 만든 일반안전지침(GSG-8)에 명시된 ‘그 행동으로 개인과 사회에 예상되는 이득이 그 행동으로 인한 해악보다 커야 한다’는 원칙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독립적인 감독기구가 필요한 이유다.”
나가사키/김소연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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