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정책에 혈세 1000억 줄줄… ‘담뱃값 8천원설’ 탄력

금연정책에 혈세 1000억 줄줄… ‘담뱃값 8천원설’ 탄력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담배가 나열돼 있다. 뉴시스

203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5%까지 낮추기 위해서는 담뱃값을 당장 올해부터 80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금연 정책에 매년 1000억원 이상 혈세가 투입되는 상황에서 10여년 만의 담뱃값 인상이 이뤄질지에 이목이 쏠린다.

22일 보건업계에 따르면 대한금연학회가 최근 발간한 대한금연학회지에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보건대학원 연구팀의 ‘SimSmoke를 이용한 2030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 남성 흡연율 목표 달성 전략 탐색’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행 흡연 정책을 유지할 경우 2030년 성인 남성 흡연율은 32.24%로 예측됐다. 금연구역 확대와 정책 홍보가 병행돼도 29.7%까지밖에 내려가지 않는다. 담뱃값에 경고문구·그림을 넣거나 금연 치료를 지원하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미미하다고 분석됐다.

연구팀이 제시한 방법 가운데 흡연율을 가장 크게 감소시킨 정책은 가격 인상이다. 담뱃값을 현행 4500원에서 올해 8000원으로 인상할 경우 2030년 흡연율은 29.2%로 대폭 감소한다. 9000원으로 인상하면 28.8%, 1만원 28.4%, 1만1000원 28.2%로 내려간다.

매년 담뱃값을 정률로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연 10%가 인상될 경우 흡연율을 29.4%로 낮출 수 있다. 연 20% 인상하면 흡연율이 27.0%까지 내려간다.

이 같은 가격 정책과 비가격 정책을 모두 전면적으로 강화하면서 올해 담뱃값을 8000원으로 올리면 2030년 흡연율을 24.6%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 또는 올해 안에 비가격정책을 전면 강화해 2030년까지 매년 10%씩 올리는 경우 흡연율이 24.7%로 예측됐다. 이러면 2030년 담뱃값은 8769원이 된다.

한편 정부는 203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5%까지 끌어내리겠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연구 결과가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책 목표를 맞추기 위해 담뱃값을 8000원으로 올릴 계획을 짜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전혀 검토되지 않고 있다”며 전면 부인한 상황이다.

다만 담뱃값 인상 외에 흡연율을 끌어내릴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가격 인상 카드를 무한정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연 정책에 매년 1000억원 이상 세수가 투입되는 상황에서 흡연율을 현상 유지시키기도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흡연정책 예산은 1170억원에 달한다.

특히 담뱃값 인상의 경우 반발 목소리도 오래 가지 않을뿐더러 비흡연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으므로 정치적인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 집계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봐도 담뱃값이 저렴한 나라에 속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 담뱃값은 3.42달러에 불과하다. 호주(25.88달러) 영국(15.83달러) 프랑스(11.39달러) 미국(9달러) 스페인(5.53달러) 등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WHO는 가격정책을 금연을 장려하고 미성년자의 흡연 시작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단일 정책으로 설명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담배가격 인상에 대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여 대중의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email protected]

News Related

OTHER NEWS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 사죄"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허재현 기자 "최재경 녹취록, 신뢰할만한 취재원에게서 확보"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식사 직후 '과일' 먹는 습관…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
Top List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