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폭력 명예훼손 소송 '1100억 원 배상금 폭탄'

트럼프, 성폭력 명예훼손 소송 '1100억 원 배상금 폭탄'

트럼프, 성폭력 명예훼손 소송 ‘1100억 원 배상금 폭탄’

26일 미국 뉴욕남부연방지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 번째) 전 미국 대통령의 성폭력 의혹 관련 명예훼손 재판 도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갑자기 피고석에서 일어나 법정을 나가고 있는 모습을 그린 삽화. 원고 측 변호인의 최종 변론 도중 일어난 일로, 이번 재판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8년 전 성폭력 의혹 관련 민사 소송에서 26일(현지시간) 또다시 패소해 8,330만 달러(약 1,112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할 처지가 됐다. 지난해 5월 성추행 사실이 인정돼 500만 달러(약 67억 원) 지급 명령을 받았는데, 이번엔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당시의 16배 이상 배상금이 책정됐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써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사실상 굳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상당한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명예훼손 배상금, 성추행 배상금의 16배

미국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남부연방지법 배심원단은 이날 “피고 트럼프는 원고 E. 진 캐럴에게 배상금 8,33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전체 배상액 중 1,830만 달러(약 245억 원)는 실제 발생한 피해에 대한 금액이고, 나머지 6,500만 달러(약 867억 원)는 징벌적 손해배상 성격이다. 배심원단은 ‘원고 캐럴의 성폭행 피해 주장을 거짓말로 몰아붙인 트럼프의 발언이 원고에게 실질적 피해를 줬다’는 취지로 배상금 산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5월 22일 캐럴이 “트럼프의 막말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비롯됐다. 캐럴은 1996년 뉴욕 맨해튼 백화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패션 칼럼니스트로, 작년 5월 9일 뉴욕남부연방지법 배심원단은 ‘성폭행은 증명되지 않았으나, 성추행은 있었던 게 맞다’며 500만 달러 배상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이후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간을 당했다는 캐럴의 주장은 모두 거짓” “(캐럴은) 정신 나간 추잡한 여자” 등 발언을 쏟아냈고, 캐럴은 추가 소송을 냈다.

트럼프, 성폭력 명예훼손 소송 '1100억 원 배상금 폭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성폭력 및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소송을 낸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가운데)이 26일 재판에서 승리한 뒤 미국 뉴욕남부연방지법을 나서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신속한 심리… “일반 시민들, 트럼프 불신 메시지”

눈에 띄는 대목은 이달 중순에야 본격화한 재판이 매우 신속히 끝났다는 점이다. CNN은 “(양측 주장을 들은 뒤) 배심원단 내부 토론이 3시간 미만으로 끝나는 등 평결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권으로부터 임명된 검사나 판사,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아니라 ‘일반 시민’인 배심원들도 트럼프를 믿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들은 ‘배상금 폭탄’이라 할 만한 천문학적 금액도 주목했다. NYT는 “8,330만 달러는 작년 5월 배상 명령이 나온 500만 달러를 훨씬 웃도는 액수”라고 전했다. CNN도 “총 금액이 당초 캐럴의 요구액보다 8배 더 많았다”며 “대선 선거운동과 함께 여러 건의 형사 민사 소송에도 대처해야 하는 트럼프에게 가장 심각한 법적 차질을 미칠 수 있는 규모”라고 짚었다.

트럼프, 성폭력 명예훼손 소송 '1100억 원 배상금 폭탄'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26일 자신을 상대로 제기된 명예훼손 소송 최종 변론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 트럼프타워를 나서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더 많은 정치적·금전적 손실 직면할 수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재판에서 원고 측 변호인의 최종 변론 도중 돌연 피고석에서 일어나 퇴장했다가 1시간 뒤 복귀하는가 하면, ‘패배’를 예감한 듯 배심원단 평결 발표 전에 아예 법원을 떠나기도 했다. 재판 종료 후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글을 올리며 항소 방침을 시사했다. 이어 “나와 공화당을 겨냥해 조 바이든이 지시한 마녀사냥”이라고 적은 뒤,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1조를 거론하며 “헌법상 권리가 박탈됐다. 이건 미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법 리스크에 직면할 때마다 ‘정치적 탄압’ 이미지를 덧입혀 지지층 결집 계기로 만드는 화법을 또 구사한 셈이다.

이 같은 전략이 지금까진 ‘트럼프 대세론’으로 귀결됐다. 다만 앞으로도 계속 통할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평결에 대해 “트럼프에겐 뼈아픈 패배이자, 그의 올해는 선거운동만이 아니라 법정에 의해서도 규정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NYT는 “트럼프는 더 많은 금전적 피해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달 말 민사 사기 재판 선고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트럼프그룹 자산가치 조작 의혹과 관련, 벌금 3억7,000만 달러(약 5,000억 원) 부과 및 사업 금지 명령을 내려 달라며 낸 소송의 결과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크나큰 정치적·금전적 손실을 안길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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