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유럽…파병론·러 동결자금 사용 '금기' 깨나

EU 집행위원장 “러 동결자금 수익으로 우크라 무기 사주자” 첫 공개제안

‘레드라인’ 파병론 파문…트럼프 재선 가능성·지원 한계에 불안 증폭

다급해진 유럽…파병론·러 동결자금 사용 '금기' 깨나

유럽의회 연설하는 EU 집행위원장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이 다급해졌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예상보다 지체되는 데다 가운데 전황마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그간 ‘레드라인’으로 여기던 대책까지 공론화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8일(현지시간) 유럽의회 본회의 연설에서 “이제는 러시아 동결자산의 초과 이익금을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장비 공동구매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EU 지도부 차원에서 이 방안을 제안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U는 러시아 동결자산에서 발생한 이자, 배당금 등 수익금을 민간 분야 재건에 활용하자는 안엔 어렵사리 합의했다.

역내 예치된 제3국 자산이나 파생 수익을 사실상 ‘임의로’ 활용하는 것이 거의 전례가 없고 법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반론 때문이었다.

더구나 동결자산 수익금으로 우크라이나가 당장 전장에서 필요한 무기를 사자는 구상을 두고는 회원국 간 찬반 논쟁이 훨씬 더 격렬해질 수 있다.

그런데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한층 과감한 주장을 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안팎의 사정이 복잡해진 탓이다.

우선 EU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크라이나 지원군이던 미국의 추가 지원이 공화당 반대로 불투명해졌다.

미국도 애초 동결자산 압류에 유보적이었다가 지원예산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자 지금은 입장을 선회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전날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동결자산 몰수에 대해 “난 이것을 추진하기 위한 국제법적, 경제적, 도덕적 근거가 탄탄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도 유럽의 조급함이 커지는 주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우크라이나 지원 부담을 오롯이 유럽이 감당해야 한다는 우려가 증폭하고 있다.

트럼프 재선 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집단방위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유럽의 불안 요인이다.

유럽으로서는 늦어도 미국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는 교착된 전황에 눈에 띄는 변화가 절실하다.

향후 러시아가 나토 결속이 취약해진 틈새를 노려 유럽의 또 다른 국가를 노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이날 “전쟁 위협이 임박한 건 아닐지 몰라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며 방위비 투자 확대를 강조한 것 역시 이런 속사정이 반영된 결과다.

다급해진 유럽…파병론·러 동결자금 사용 '금기' 깨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최근 불거진 우크라이나 파병론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6일 나토 회원국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에 대해 “어떤 것도 배제돼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용하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파병에 대해 “합의된 것은 없다”고 전제하긴 했지만 모호하게 대답하면서 파병설에 불을 지폈다.

파병은 거론 그 자체로 나토 방침과 정면 배치된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부터 ‘나토는 전쟁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러시아와 직접 충돌을 유발할 파병과 같은 적극적 군사적 개입에 선을 그어왔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 직후 미국과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체코 등은 즉시 이를 일축했으나 파문은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리더로 부상하고자 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무리수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금기’였던 파병이 공개석상에서 거론될 만큼 피로감이 누적되는 장기전의 상황 변화에 대한 유럽의 조급한 시각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EU는 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여력이 한계에 이르자 ‘메이드 인 유럽’이라는 원칙도 결국 꺾는 분위기다.

EU는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기금인 유럽평화기금(EPF) 사용처와 관련, 유럽 바깥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용 탄약을 구매해도 기금 지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당초 프랑스를 필두로 다수 국가가 EU 기금을 역외 탄약 구매에 사용하는 데 반대했으나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탄약 100만발 전달이 크게 지연되면서 역외 구매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는 기조가 확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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