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소변이 마렵다면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소변을 자주 보는 이유나 원인은 커피나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등 단순한 것에서부터 요로감염, 당뇨병, 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너무 잦은 소변도 생활에 큰 불편을 준다. 특히 오줌보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느낀 적이 있다면 빈뇨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통상 성인은 하루에 6~8회, 주로 낮에 소변을 본다. 하루 9회 이상 소변을 볼 경우엔 여러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멜리사 A. 라우다노 부교수(비뇨기과)는 “소변을 자주 보는 이유나 원인은 커피나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등 단순한 것에서부터 요로감염, 당뇨병, 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미국 건강포털 ‘더헬시(Thehealthy)’가 ‘잦은 소변의 주요 원인 11가지’를 짚었다.
너무 많은 수분 섭취=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의대 크리스티 보라우스키 교수(비뇨기과)는 “들어간 것은 반드시 나와야 한다. 수분이 너무 많으면 소변 횟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페인과 알코올 음료는 일종의 이뇨제 역할을 한다. 소변 배출량을 늘리기 때문에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감귤류 및 관련 음료에서 발견되는 구연산이나 매운 음식도 소변을 보고 싶게 만든다. 식단이나 보충제로 섭취하는 비타민C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의심되는 수분의 섭취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요로감염= 요로감염은 남녀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수준이 똑같지는 않다. 폐경 전 여성은 특히 소변에 취약하다. 요로감염은 콩팥(신장), 방광, 요관(콩팥에서 방광으로 소변을 운반하는 통로), 요도(방광에서 외부로 소변을 운반하는 통로)로 이뤄진 요로(오줌길)이 감염되는 병이다. 보라우스키 교수는 “요로감염의 85%는 박테리아가 원인이며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증성 방광증후군= 통증성 방광증후군(간질성 방광염)은 20~40세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만성병이다. 라우다노 부교수는 “이 병은 요로감염과 혼동하기 쉽지만, 세균이 증식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방광 내벽이 방광의 충만감을 감지하고 이를 통증과 연관시켜 발생하는 병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병을 앓는 환자 중 상당 비율은 자궁내막증, 섬유근육통, 만성통증, 과민성 대장증후군, 불안 또는 우울증 등 다른 병도 갖고 있다.
임신= 임신 초기엔 특정 호르몬(융모성 성선자극 호르몬, HCG)의 증가로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임신이 진행됨에 따라 태아가 자라면서 방광에 압력을 가한다. 방광을 더 자주 비울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불이 활활 타는 듯한 느낌(작열감)과 통증을 동반하는 요로감염이 의심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요로감염이 의심된다면 콩팥으로 퍼지지 않게 진료를 받으면 된다.
전립샘 비대= 전립샘(전립선) 비대증에 대한 공식적인 의학 용어는 ‘양성 전립샘 비대증(BPH)’이다. 정액의 일부를 생성하는 전립샘은 방광 아래에서 요도를 감싸고 있다. 남성이 나이가 들면 전립샘이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전립샘은 그 위치 때문에 요도를 압박해 소변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 밤에 특히 더 자주 소변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51~60세 남성의 약 50%, 80세 이상 남성의 약 90%가 전립샘 비대증을 앓는다. 전립샘과 방광을 이완시키는 약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에스트로겐 수치 감소= 여성이 나이가 들면, 특히 폐경 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아지면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된다. 라우다노 부교수는 “요도 자체에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있기 때문에 호르몬 변화는 소변 제거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산은 골반을 지지하는 일부 조직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빈뇨의 또 다른 원인이다.
이뇨제 복용= 심장병 치료를 위해 종종 처방하는 푸로세미드(성분명), 부메타나이드(성분명) 등 이뇨제가 잦은 소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약물은 남아 있는 체액을 없애 심장에 가해지는 압력을 낮추기 위해 이용한다. 디아제팜(성분명), 로라제팜(성분명) 등 근육 이완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당뇨병= 소변을 자주 보고 싶어하는 것은 당뇨병(제1형, 제2형)의 특징 중 하나다. 특히 초기 단계나 당뇨병을 잘 관리하지 못할 때 빈뇨(다뇨)가 흔히 나타난다. 이는 콩팥이 지나치게 많은 혈당을 묽게 하고 내보내기 위해 발생한다. 변을 자주 보면 갈증을 심하게 느끼게 된다. 이는 또 다른 당뇨병 증상이며, 물을 많이 마시는 증상으로 이어진다. 보라우스키 교수는 “제2형 당뇨병과 함께 생기는 비만도 빈뇨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은 희귀한 요붕증의 징후이기도 하다. 요붕증에 걸리면 혈당 수치 상승이 아니라 항이뇨호르몬(바소프레신)의 생산 감소로 빈뇨가 나타난다.
과민성 방광= 미국 비뇨기과 치료재단에 따르면 과민성 방광은 단순히 하나의 병이 아니다. 방광을 비울 필요가 없는데도 뇌가 방광을 비우라고 잘못 지시할 때 발생하는 여러 증상의 집합이다. 때로는 방광 근육이 너무 자주 수축해 소변이 마려워지기 전에 소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
불안= 대부분 사람은 대중 앞에서 발표하기 직전에 소변이 마려워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보라우스키 교수는 “불안은 잦은 소변과 100%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한 연구 결과(2016년)에 따르면 과민성 방광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소변을 보고 싶은 느낌(요의)을 갖거나 배에 나비가 있는 듯한 불안 증상을 겪을 확률이 더 높다. 불안 증상이 심할수록 과민성 방광 증상도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방광암= 방광암은 드문 편이고, 보통 다른 증상과 함께 나타난다. 소변을 너무 자주 본다고 해서 방광암이 아닌지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미국 디트로이트 헨리포드 병원 알리 다바자 박사(비뇨기과)는 “방광암이 방광을 자극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지만, 가장 흔한 증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잦은 소변은 방광암의 증상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다른 징후도 있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더라도 감염, 콩팥 결석, 방광 결석, 양성 종양 등 덜 불길한 다른 병의 징후일 수 있다. 하지만 소변에 피가 보인다면 서둘러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잦은 배뇨 치료= 소변은 커피나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등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빈뇨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한 뒤 대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만이라면 체중 조절이 도움이 된다. 항콜린제나 베타-3 작용제를 복용할 수도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 방광에 보톡스를 주입해 과민성 방광을 교정하는 시술도 있다.
그렇다면 언제 병원을 찾는 게 좋을까? 소변에 신경이 크게 쓰이면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소변을 자주 보고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척수 문제일 수 있음), 열이나 허리 통증(콩팥 감염일 수 있음)이 있거나, 질이나 음경에서 분비물이 나오면 긴급한 상황일 수 있다. 라우다노 부교수는 “또 다른 위험 신호는 소변을 보는 습관의 급격한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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