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어머니 “러 당국, 주검 보여준 뒤 비밀리에 묻으라고 협박”

지난 16일 숨진 러시아 야권 지도자 엘렉세이 나발니의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영상 갈무리. 22일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는 이 채널 영상에 출연해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비밀 장례식을 치르라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옥중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어머니가 아들의 주검을 엿새만에 확인했지만, 러시아 당국이 장례를 비밀리에 치르라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22일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는 이날 숨진 아들 나발니의 유튜브 채널에 나와 “21일 저녁 살레하르트 조사위원회가 아들의 주검 안치 장소로 데려가 주검을 보여줬다”며 “작별 인사 없이 비밀리에 묻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발나야는 지난 16일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아들의 주검이 있는 시베리아 살레하르트 마을로 가 아들의 주검을 찾고 있다. 나발나야는 “방금 살레하르트 조사위원회를 빠져나왔다”며 “변호인을 들여보내주지 않아 거의 24시간 그곳에서 조사관들과 혼자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6일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가 시베리아의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의 제3 교도소에서 산책 뒤 의식을 잃고 숨졌다고 밝혔다. 이후 나발나야는 아들의 주검이라도 찾기 위해 시베리아로 갔으나 당국은 그동안 주검을 보여주지 조차 않았다.

나발나야는 “법에 따라 당국은 아들의 주검을 즉시 내게 넘겨야 하지만 이를 하지 않고, 대신 나를 협박하며 주검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묻을 지 조건을 걸었다”며 “그들은 나를 공동묘지 외곽에 데려가 새 무덤에서 ‘여기 아들이 누워있다’라고 말하길 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제 눈을 보며 ‘비밀 장례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내 아들의 주검에 뭔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은 당신 편이 아니며 주검이 부패하고 있다’는 말을 조사관으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나발나야는 “그들은 내 앞에서 ‘조사위원회 본부 또는 크렘린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나발나야는 1분35초 가량의 이 영상에서 “수사관들은 사망 관련 문서들을 보여주며 비밀 장례식에 동의하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관들이 보여준 사망 진단서에는 나발니가 자연사했다고 적혀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나발나야는 “수사관들은 자신들이 사망 원인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모든 의료적, 법적 문서들이 준비돼있었다. 나는 사망 진단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나발나야는 “그들이 나를 협박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며 “나는 특별한 조건을 원하지 않고 모든 것이 법에 따라 이뤄지길 원한다. 아들의 주검을 즉시 돌려줄 것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 영상에 대해 즉각적 반응은 하지 않았다.

김미향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