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공천심사를 앞두고 민주당 안에서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세대는 이제 그만 퇴장하라”는 요구가 잇따라 나왔다. 이런 요구는 친이재명 그룹에 속한 97(90년대 학번, 70년대생)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민주당 공천 경쟁이 ‘86 대 97 전면전’이 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픽=양인성
97 세대의 ‘86 세대 퇴장’ 요구는 3선 김민기 의원이 지난 19일 불출마를 선언하자 “김민기로 끝나선 안 된다”며 터져 나왔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윤용조 전 민주당 당대표실 부국장은 지난 19일 입장문에서 “국민은 과감한 선수 교체를 원한다”며 “특히 지난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노영민 두 분은 권력 유지가 목표가 아니라면 물러나는 게 맞다”고 했다. 윤 전 부국장은 “전대협 1기 의장으로 86 세력 맏형이고, 이번에 출마하면 서울 구로구에서 7번째 출마가 되는 이인영 의원도 마찬가지”라며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도 20일 낸 성명서에서 “이번 총선은 무능한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인데, 이 구도를 해칠 수 있는 전 정부 인사들의 출마는 총선 구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심판 선거’로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출마하면 ‘윤석열 대 문재인 선거’가 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지난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장관급 이상을 역임한 중진급 인사들의 재출마를 당내 많은 이들이 우려한다”며 “당과 정권 차원의 권한과 책임이 컸던 분들인 만큼 과감하게 선택해주길 정중히 요청한다”고 했다.
더민주혁신회의는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5기 의장 출신인 강위원 당대표 특보가 이끄는 조직이다. 윤용조 전 부국장도 부산대 총학생회장과 한총련 대의원 출신으로 수년간 수배 생활을 한 전력이 있다. 반면 이인영 의원이나 임종석 전 실장은 한총련이 있기 전에 학생운동을 주도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을 지냈다. 한총련 출신들이 전대협 출신 선배들을 저격한 것이다.
지난해 6월 민주당혁신행동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또 다른 친명 원외 조직인 ‘민주당혁신행동’은 21일 성명서에서 86들이 당의 후보자 심사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며 “현역 운동권 프리패스냐”라고 했다. 이들은 “기동민 의원은 고가의 양복을 받은 ‘비위’를 저질렀음에도 적격 판정을 받았다”며 “문재인 청와대 출신 윤건영 의원은 국회의원실에 ‘허위 인턴’을 등록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구형받았고, 또 음주와 사기 전과에 ‘공천 장사’ 의혹이 보도된 송갑석 의원은 어떤가, 모두 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혁신행동은 윤영찬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조사와 조치도 촉구했다. 윤 의원이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원칙과 상식’ 모임에 속했지만 정작 지난 11일 ‘원칙과 상식’의 탈당 선언에선 빠져 당원들을 기만했다는 이유다. 민주당혁신행동은 앞서 윤 의원을 ‘배신자’로 지목하며 제명과 출당을 요구했었다.
친명계 97들의 86 퇴출 주장에 대해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퇴출 대상으로 지목된 한 의원은 통화에서 “86 중에서도 친명은 다 빼고 친문과 비명한테만 ‘나가라’고 하고 있다”며 “비위나 재판을 받고 있는 게 문제라면 이재명 대표부터 부적격이어야 하는데 그건 쏙 빼고 말한다. 그것만 봐도 의도가 뻔하다”고 했다. 겉으로 세대교체를 요구하고 있지만 진짜 목적은 결국 자기 공천 자리를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친명계의 한 의원은 “이인영 의원이나 임종석 전 실장이 전대협 시절부터 86 간판으로 활동한 게 벌써 30년 넘어 40년 다 돼 간다”며 “친명에 그런 인지도를 가진 사람이 있기나 한가,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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