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정부 보조금에 이끌려 미국 투자를 결정한 반도체·배터리 기업들이 ‘건설 비용 상승’이라는 뜻밖의 변수에 투자 계획을 줄줄이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서명한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기업들은 기존 프로젝트를 연기하고 신규 프로젝트를 보류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한국·일본·미국 등 제조업체들은 미국 공장 건설계획을 취소 또는 연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네럴모터스(GM)과 함께 인디애나주에 미국 네 번째 공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한 것으로 지난 1월 알려졌다. 일본 배터리 제조사 파나소닉은 지난해 12월 추진 중이던 미국 오클라호마주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대만 TSMC는 지난해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반도체 1공장 가동 시기를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미뤘다. 2공장 생산 시점은 2026년에서 2027년 이후로 늦췄다.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200억달러(약 26조6000억원)규모의 반도체 공장의 가동 시기도 당초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에 공장 건설 수요가 갑자기 몰리면서 건설비용이 급증한 탓이다. 파나소닉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은 2020년 이후 철강 가격이 70% 이상 상승했고 그 결과 초기 공장 건설 예산을 대부분 소진했다고 전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규 산업 건물 건설 지수는 2019년 137.4(2007년=100)에서 2022년 191.4로 39.4% 급등했다. 전기를 조절하는데 쓰인 스위치 기어와 변압기 등 부품은 납품에 100주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미국 건설업협회의 케네스 사이먼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새로운 산업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했던 보조금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26일 반도체지원법과 관련해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이 600건 넘는 투자 의향서를 상무부에 제출했다”라며 “관심을 표명한 기업들의 상당수가 자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게 잔혹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보조금을 협상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나는 그들에게 절반만 얻어도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인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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