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치솟는 공사비…주택공급 ‘동맥경화’ 일으키나

천정부지 치솟는 공사비…주택공급 ‘동맥경화’ 일으키나

천정부지 공사비가 또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천정부지 공사비가 또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사베이

중동 정세 불안 등 각종 이유로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 시대를 열면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주택조합·건설업체 모두 착공을 미룰 정도로 비싸져 자칫 주택 공급의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이란간 보복전 등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안그래도 비싼 원자잿값이 더 상승할 전망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착공하는 아파트에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과 ‘층간소음 규제’가 의무화돼 공사비 상승에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이미 공사비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서울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는 3.3㎡(평)당 공사비 1000만원 시대가 도래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사업을 3.3㎡당 공사비 1070만원으로 수주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는 2017년 현대엔지니어링과 3.3㎡당 약 500만원으로 공사비를 협의했으나 최근 1300만원으로 공사비를 인상하기로 했다.

조합에서 시공자 선정 단계부터 3.3㎡당 공사비 1000만원을 제시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2월 시공자 선정 입찰을 공고한 남영동업무지구 2구역 재개발 조합은 3.3㎡당 공사비로 1070만원을 제시했다. 마포구 마포1-10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공사비를 1050만원까지 높여 재입찰에 나섰다. 작년 10월(3.3㎡당 930만원)보다 10%가량 높인 가격이다.

이같은 공사비 상승은 통계치로도 잘 나타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4.81로 잠정 집계됐다. 2022년 2월 142.38 대비 8.7%, 2021년 2월의 124.84과 비교하면 24%나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면서 시멘트, 철강 등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중동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공사비가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면전으로까지 격화하지 않았지만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이 공격과 반격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높여가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는 석유·가스 등 에너지 수급이 어려워지고 원자재 공급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우려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의 해상 진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 3분의1, 석유의 6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 2022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 물동량은 일 평균 2080만배럴이다. 이는 글로벌 해상 석유 수송량의 21% 규모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중동 분쟁이 격화하면 에너지 수급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결국 원자재 가격 상승을 초래해 공사비 급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도 공사비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내년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도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위해 추가적으로 드는 공사비는 84㎡ 기준 한 가구당 130만원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건물을 지을 때 단열·환기 등의 성능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한 정도를 다섯 단계로 평가받는 것이다.

강화된 층간소음 규제도 내년부터 적용된다. 모든 공공주택에 층간소음 기준 1등급 수준, ’49㏈(데시벨) 이하’가 적용돼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사용 승인이 불가능하다. 층간소음 개선을 위해 바닥을 두껍게 시공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이 불가피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과 층간소음 규제 등은 취지는 좋지만 공사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공사비 상승이 계속되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장이 위축되며 주택공급의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빚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늘고 시공 포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50만 가구 이상 공급을 약속한 정부가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정비사업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각종 규제 완화 대책을 쏟아 내고 있지만 가장 큰 현안인 공사비 급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택공급 부족은 향후 아파트값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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