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방패가 될 순 없다'...남녀 강제 징집 앞두고 탈출 시도하는 미얀마 청년들

'인간 방패가 될 순 없다'...남녀 강제 징집 앞두고 탈출 시도하는 미얀마 청년들

올해 2월 1일 자로 미얀마는 쿠데타 발생 4주년에 접어들었다

최근 미얀마에선 서로 먼저 여권을 신청하려고 경쟁이 벌어지며 여권 사무소 밖에서 2명이 압사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외국 대사관 앞엔 줄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이는 미얀마 군부의 강제 징집 발표 이후 벌어지는 상황의 그저 일부일 뿐이다.

미얀마 군부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무장 저항 단체에 이미 많은 영토를 내준 상태다.

지난 2021년 2월 1일, 군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선출된 지도자들을 투옥하는 등 미얀마 전역을 피로 물들였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 내전은 이어지고 있다.

UN은 현재까지 수천 명이 사망했으며, 약 260만 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지금껏 군부 저항 운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미얀마의 청년들에게 강제 징집령이 떨어졌다.

이에 대해 최근 몇 달간 반정부 세력이 몇몇 요충지에서 군부에 맞서 단결하며 군부가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되면서 내놓은 방안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미얀마의 시민운동가인 로버트(24)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군 징집이 필요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린 외국 침략자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부에서 싸우고 있다. 만약 우리가 군에 들어간다면 저들의 잔학 행위에 기여하는 꼴”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많은 미얀마 청년들은 군에 끌려가는 대신 국외로 탈출하고자 한다.

올해 초 양곤 소재 태국 대사관 앞에 모인 엄청난 인파 틈에 껴 있던 한 10대 소녀는 “새벽 3시 반에 왔는데도 이미 40명 정도가 비자 발급을 신청하고자 먼저 줄 서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1시간 만에 이곳 대사관 앞엔 300여 명이 몰렸다고 한다.

이 소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기다리면 이 혼란 속에 대사관이 비자 업무를 중단할까 두려웠다”면서 대기 번호를 받고자 3일을 기다린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명이 숨진 만달레이 지역의 여권 사무소 앞 사건에선 중상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1명은 배수관에 빠져 다리가 부러졌으며, 치아가 부러진 이도 있다. 또한 호흡 곤란을 호소한 이들도 6명이나 됐다.

'인간 방패가 될 순 없다'...남녀 강제 징집 앞두고 탈출 시도하는 미얀마 청년들

양곤 소재 태국 대사관 밖에 모인 미얀마 시민들

‘덴마크 국제학 연구소’의 미얀마 전문 연구원인 저스틴 챔버스는 강제 징병제는 반군부 혁명을 주도하는 청년들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챔버스 연구원은 “이번 징병제는 미얀마 군부의 약점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는 목숨을 해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 (군 징집 후) 탈출에 성공하는 이들도 일부 있겠지만, 결국 이 청년들은 내전에서 인간 방패로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에선 지난 2010년 징병법이 처음 도입됐으나, 실행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10일, 군부가 18~35세의 남성과 18~27세의 여성에게 최소 2년간의 군 복무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조 민 툰 군정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전체 인구 5600만 명 중 약 4분의 1이 이 법에 따라 군 복무 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군부는 “현재로서는” 여성을 징집 대상에 포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나,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군정 대변인은 BBC 버마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4월 중순으로 예정된 미얀마의 신년 축제인 ‘띵얀’ 이후 징집이 시작될 것이며, 우선 초기 모집 인원은 5000명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군부의 이러한 발표는 이미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또 다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당시 학교가 문을 닫은 데다가 쿠데타까지 겹치며 교육에 차질이 생긴 청년들이 많다.

‘미얀마 교사 연맹’에 따르면 2021년 군부는 반군부 세력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교사와 대학교 직원 14만5000명을 정직시켰으며, 반군부 세력 지역의 일부 학교는 전투나 공습으로 인해 파괴된 상태다.

또한 가족을 먹여 살리고자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어 해외로 나간 청년들도 있다.

한편 징병제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청년들은 SNS에 징집을 피해 승려가 되거나 일찌감치 결혼하겠다고 적었다.

앞서 군부는 종교인, 기혼 여성, 장애인, 복무하기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자, “징집위원회에서 면제받은 자” 등은 영구적으로 징집을 면제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서도 징집을 거부할 경우 징역 3~5년 형과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미얀마 청년 민은 과연 현 군정이 이러한 면제 조건을 인정할지 의문이다. “군부는 원한다면 아무나 체포하고 납치할 수 있다. 법을 따르지도 않고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민들은 자녀들이 징병 대상 나이가 되기 전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길 바라며 아예 해외 이민, 특히 태국이나 싱가포르 등으로의 이주를 고려하기도 한다. 혹은 아이슬란드 등 더 먼 국가로의 이주를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인간 방패가 될 순 없다'...남녀 강제 징집 앞두고 탈출 시도하는 미얀마 청년들

쿠데타 3주년을 맞이해 열린 집회에서 미얀마 시민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의 사진을 밟고 있다

한편 오랫동안 군부 통치에 맞서 투쟁한 ‘전 버마 학생 연합’의 학생 리더인 아웅 셋(23)은 해외 이주 대신 저항 세력에 합류한 청년들도 있다고 말했다.

망명 생활 중인 셋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실망스러웠다. 동시에 미얀마 국민들, 특히 나와 같은 청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많은 청년들이 군부에 맞서 싸우겠다며 자원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징집령 시행은 군부의 통제력이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10월, 군부는 쿠데타 이후 가장 큰 위기에 몰렸다. 소수 민족 저항군 연합이 인도와 중국 국경을 따라 전초 기지 수십 곳을 점령한 것이다. 게다가 방글라데시와 인도 국경 근처 넓은 영토도 저항군에 내줬다.

망명 정부를 자처하는 미얀마 ‘국민통합정부’에 따르면 현재 저항군은 전체 영토의 60% 이상을 차지한 상태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제이슨 타워 버마 담당자는 “소수 민족 무장 조직에 여러 번 크고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상황에서 강제 징병제를 시행한다는 소식은 현재 미얀마 군부가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인지 공개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워 담당자는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기에 이러한 군부의 움직임은 결국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다.

“징집을 피하고자 많은 청년들이 어쩔 수 없이 인근 국가로 탈출하게 되면서 이 지역의 인도주의적 위기와 난민 위기가 심화할 것이다. 이로 인해 인근 태국, 인도, 중국, 방글라데시에서 불만이 커지며 이들 국가 내 군부에 대한 지지도 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타워 담당자는 군부가 무력을 동원해 병력 증원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군대 사기 저하 문제를 해결하는 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며, 새로운 병력을 훈련시키는 데만 해도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인간 방패가 될 순 없다'...남녀 강제 징집 앞두고 탈출 시도하는 미얀마 청년들

태국 방콕 소재 미얀마 대사관 앞에 모인 반군부 시위대

‘우드로 윌슨 센터’의 예 묘 하인 글로벌 선임연구원은 이번 징병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미얀마 군부는 오랜 “강제 징집”의 역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법은 그저 새로운 군인을 강제로 모집하기 위한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하인 연구원은 “심각한 인력 부족으로 인해 더 이상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신병 모집 과정을 기다릴 수 없기에 군은 이번 법을 악용해 빠르게 사람들을 강제로 징병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설령 군에 끌려갔다 탈출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평생 부상과 정신적 고통 등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셋은 “미얀마 청년들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꿈, 희망, 청춘을 모두 잃었다. 다시는 예전과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 3년은 무의미하게 흘러갔습니다. 군부에 맞서며 우리는 친구와 동료를 잃었고,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습니다. 미얀마는 악몽과도 같은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군부가 저지른 잔혹 행위를 목격합니다.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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