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 살해 혐의 '세기의 재판'서 무죄 OJ 심슨, 암 투병 사망

전처 살해 혐의 '세기의 재판'서 무죄 oj 심슨, 암 투병 사망

전처 살해 혐의 ‘세기의 재판’서 무죄 OJ 심슨, 암 투병 사망

1994년 전처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던 O.J 심슨이 검찰이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했던 장갑을 착용하면서 장갑이 작다고 주장하고 있는 모습. 이는 그의 무죄 평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1970년대 미 프로 미식축구(NFL) 최고의 러닝백으로 이름을 날렸던 O.J. 심슨이 76세 나이로 사망했다. 이혼한 전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섰고, 숱한 증거에도 무죄를 선고받아 논란을 일으키는 등 순탄치 않은 삶이었다. ‘세기의 재판’이라 불린 그의 형사 재판은 인종 갈등과 배심원 제도의 허점 등 미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드러냈다.

‘성공한 흑인’의 아이콘

심슨의 가족은 1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심슨이 암 투병 끝에 전날 사망했다”고 밝혔다. 짐 포터 프로풋볼 명예의전당 회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심슨은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고, 항암 치료를 해 왔다”고 말했다.

1947년 미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흑인 심슨은 운동선수로서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다. NFL에서 11시즌을 뛰며 1973년 러닝백 포지션으로는 최초로 2,000야드 이상을 뛰는 기록을 남겼다. 1985년 프로풋볼 명예의전당에 이름도 올렸다. 선수 생활 이후에는 영화 ‘총알 탄 사나이’와 각종 광고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야말로 ‘성공한 흑인’의 상징이었다.

전처 살해 혐의 '세기의 재판'서 무죄 oj 심슨, 암 투병 사망

전처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미식축구선수 O.J 심슨(가운데)이 1995년 10월 3일 무죄 확정 판결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을 장악한 인종 갈등

하지만 1994년 6월 백인인 전 아내 니콜 브라운과 그의 연인 론 골드먼을 자택에서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한순간에 운명이 바뀌었다. 경찰은 심슨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체포에 나섰고, 심슨은 도주했다. 당시 흰색 포드 브롱코 차량 뒷좌석에서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경찰과 고속도로에서 60마일(약 100㎞) 추격전을 벌인 심슨의 모습은 TV방송으로 그대로 생중계됐다. 추격전을 지켜본 미국 시청자만 9,500만 명에 달했다.

심슨은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피 묻은 왼쪽 장갑에선 심슨의 DNA가, 심슨의 양말에서 니콜의 DNA가 검출됐다. 하지만 유력 변호사로 ‘드림팀’을 꾸린 심슨 측은 당시 수사팀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며 증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2년 전 1992년 백인 경찰관들이 과속 운전을 한 흑인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사건으로 촉발된 ‘LA폭동’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던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심슨의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당시 12명의 배심원단 중 흑인은 9명(백인 2명, 히스패닉 1명)에 달했다.

세기의 재판에도 ‘무죄’

심슨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범행 현장에서 사용됐다고 주장한 장갑을 착용했는데, 심슨의 손이 다 들어가지도 않을 정도로 장갑이 작았다. 심슨 변호인은 “장갑이 맞지 않으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지켜본 배심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심슨은 사건 발생 1년 반 만인 1995년 10월 배심원 무죄 평결을 받았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검찰이 항소를 할 수 없어 확정되는 미국법에 따라 심슨은 자유의 몸이 됐다. 결국 ‘O.J 심슨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민사 소송 결과는 달랐다. 골드먼의 유족이 제기한 별도의 민사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심슨의 책임을 인정했고, 법원은 심슨에 3,350만 달러(약 460억 원)를 유족 측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2007년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가정하에 살인 사건을 자세히 설명하는 ‘만일 내가 그랬다면: 살인자의 고백’이란 제목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후 심슨은 60대였던 2007년 9월 한 호텔 카지노에서 벌어진 무장강도 사건에 연루돼 9년간 복역 후 2017년 가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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