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에도 포스코가 한국에 있을까?
5년 뒤에도 포스코가 한국에 있을까?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은 전문가 1500명이 참여한 ‘글로벌 위기 보고서 2024’를 통해 향후 10년간 인류가 겪을 10대 위기를 발표했다. 그중 1~3위가 기후행동 실패로 발생하는 위기다. 기후행동 실패가 만든 극단적 날씨와 지구 시스템의 중대한 변화가 경제, 산업, 정치, 일상생활, 생태계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후행동은 어떨까? 한 국가의 기후행동을 살피려면 지구기온 1.5℃ 상승을 막기 위해 각 나라들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점검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2021년 유엔에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40%’를 약속했다.
2022년 등장한 윤석열 정부는 감축목표 40%를 무리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미 국제사회에 약속한 40% 목표를 바꿀 수 없었던 윤석열 정부는 2023년 4월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계획안’을 통해 연도별 감축목표 조정을 하면서 당면한 무리함을 해결했다. 어떻게 해결했을까?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40%를 달성하려면 2023년 6억 3390만 톤에서 2030년 4억 3660만 톤으로 8년간 약 2억 톤을 줄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임기 5년 동안 목표치인 2억 톤 중 25%에 해당하는 약 5000만 톤만을 줄이겠다고 했다.
나머지 75%에 해당하는 1억 5000만 톤은 어떻게 될까? 차기 정부가 3년 동안 해결하라고 넘긴 것이다. 윤 정부는 작은 부담만 지고 차기 정부는 실현 불가능한 부담을 떠안는 결정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기후정책과 기후행동의 실패를 예고한 중대한 사건이었다.
기후정책 실종 연쇄반응
윤 정부의 기후정책 실종은 그에 따른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그중 하나가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산업의 해외 이전이다. 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차기 정부로 넘긴 그해 12월 17일에 태양광 모듈 기업인 ‘한화큐셀’ 음성 공장이 문을 닫았다. 2015년에 문을 연 이 공장은 연간 3.5기가와트(GW)의 생산 능력과 1800명의 직원이 근무했다.
이 공장이 문을 닫은 이유는 국내 태양광 수요가 갑자기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2024년 2월 한국수출입은행이 발간한 ‘2023년 하반기 태양광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설치규모 4.6GW 태양광이 2023년에는 2.7GW 내외로 확 줄어들었다.
한화큐셀은 한국 대신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과 ‘달톤’에 25억 달러(약 3조 4000억 원) 투자를 진행했다. 연간 8.4GW 생산능력을 갖추고, 2027년이 되면 미국 태양광 수요의 30%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고용 규모도 2500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자리와 청정에너지를 만들어야 할 제조업들이 해외로 이동하는, 이런 기가 막힌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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