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 여사 명품백 의혹에 "국민 눈높이" 거듭 강조... "갈등" 아니라고 했지만

한동훈, 김 여사 명품백 의혹에 “국민 눈높이” 거듭 강조… “갈등” 아니라고 했지만

한동훈(앞줄 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더존비즈온 을지로점에서 열린 ‘공공부문 초거대 AI활용 추진 현장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전날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는 입장의 연장선으로, 사실상 대통령실의 태도 변화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정치 공작이라는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아, 한 위원장과 윤심(尹心)을 앞세운 인사들 간 내부 갈등 조짐도 감지된다.

한동훈, 전날에 이어 국민 여론 강조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에서 인공지능(AI) 기술 관련 현장 간담회를 가진 뒤 김 여사 명품백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그 이슈에 관한 저의 입장은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씀 드렸다”고 못을 박았다. 전날 한 위원장은 “(서울의소리의 명품백 수수 취재 과정은) 기본적으로 함정 몰카”라는 기존 입장을 전제하면서도 “(수수)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부분과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직언을 했다.

한 위원장이 명품백 수수에 비판적 국민 여론을 부각하는 것은 ‘정치 공작이라는 본질을 흐리는 일체의 다른 말은 부적절하다’는 친윤계의 입장과 결을 달리한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본질은 공작”이라고 당부했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도 “본질을 간과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치 공작 노림수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여사의 사과를 강조하며 ‘대구·경북(TK) 의원들은 절박함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말한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해서는 “특정 지역과 관련해 발언한 부분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사과 요구 등은 본질을 흐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비대위 쪽에서 불필요한 말이 자꾸 나온다”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한 위원장도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날 대통령실과 갈등설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니까 갈등이라고 할 만한 건 없다”고 일축했다. 여론을 거듭 앞세웠다. 윤 원내대표의 ‘원보이스’ 주문을 두고서도 “우리 당이 여러 가지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고 거기서 당의 의견을 모아가는 그런 정당이어야 한다”며 거리를 뒀다.

“한동훈, 국민 생각 대변하는 것” 김 여사 사과 요구 이어져

한 위원장의 기류 변화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해 민심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과 가까운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이날 “한 위원장이 국민들 생각을 대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정훈 의원도 YTN라디오에서 “일반 국민들이 사기도 어려운 가방들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달리 국민들에게 충분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용호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죄송하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그냥 깔끔하게 얘기하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서재훈 기자

당 입장, 대통령실 수용 여부가 변수

다만 여권 내부에서는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의 관계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실제 한 위원장은 이날 윤 원내대표와 만나 명품백 의혹 대응 방안과 관련해 대통령실에 건의할 당의 입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 사과 △조건 없는 특별감찰관 임명 △명품백 전달 시점의 경호 책임자 문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당의 건의가 얼마나 대통령실에 수용되느냐 여부가 향후 당과 대통령실 관계의 최대 변수다. 이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 시절 비슷한 건의를 안 했겠느냐”며 “그럼에도 김 여사 사안에는 대통령실 입장이 워낙 완고하다”고 전했다. 다만 선거를 앞둔 시점에 한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관계를 고려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