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한국축구… 새 선장을 찾아라
한국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끝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이 떠난 뒤 사령탑 자리에 오른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무전술과 외유 논란 끝에 위약금을 챙기며 팀을 떠났고,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손흥민(토트넘)은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대회 중 손가락이 부러질 정도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크게 다퉜다.
클린스만이 떠나고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은 공석이 된 A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임시로 앉아 팀을 지휘한 탓에 본업에 충실하지 못했고, 이 결과 U-23 대표팀은 2024 파리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아시아축구연맹 U-23 아시안컵에서 인도네시아에 발목을 잡혔다.
셰놀 귀네슈 前 FC서울 감독(왼쪽), 제시 마쉬 前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
한국축구에 드리운 먹구름이 언제쯤 걷힐까. 또 이 위기 속에서 한국축구를 구해줄 새 지도자는 누구일까.
대한축구협회는 30일 수도권 모처에서 전력강화위원회를 열고 새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이 자리에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대표팀 감독 후보를 상대로 진행한 면접과 이들의 장단점 등에 대해 발표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일 전력강화위를 통해 차기 사령탑 후보를 11명으로 압축했고 이후 외국인 감독 후보 7명에 대한 온·오프라인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비공개회의인 만큼 안건과 내용에 대해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늦어도 5월 중순까지 새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이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6월6일과 11일 각각 싱가포르, 중국과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있다.
새 감독 후보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즈 유나이티드를 이끌었던 제시 마쉬(51) 전 감독과 2002 월드컵에서 튀르키예를 3위에 올려놓은 셰놀 귀네슈(72) 전 FC서울 감독 등이 거론된다. 마쉬 전 감독은 2015시즌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인물로 2018년 독일 라이프치히 수석코치, 2019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감독 등을 지냈다. 마쉬 전 감독은 잘츠부르크에서 황희찬(울버햄프턴)과 함께 두 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2022시즌에는 리즈와 계약해 EPL에 입성한 마쉬 전 감독은 2022~2023시즌 리즈의 성적 부진을 이유로 2월 계약이 종료됐다. 마쉬 전 감독의 대표팀 경력은 없다. 한 축구인은 “예산 부분 등에서 협회가 감독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다”며 “마쉬 전 감독이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높은 대표팀 경력을 욕심내고 있기 때문에 축구협회와 뜻이 맞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귀네슈 전 감독은 국내 언론을 통해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내놓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귀네슈 전 감독은 “요구사항은 크게 없다”며 “일흔이 넘은 나이에 한국 대표팀과 목표인 월드컵 8강을 달성해 멋진 마무리를 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강조했다. 귀네슈 감독과 인연이 있는 한 축구인은 “기성용이나 이청용 등을 발굴할 정도로 유망주에 대한 안목이 탁월하고, 또 진정성도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단 고령인 데다가 한 세대 전의 인물인 만큼 현대 축구의 흐름을 어떻게 한국 대표팀에 녹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