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빈틈' 없는 TSMC…2인자 삼성은 '턴키' 승부수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엔비디아, 애플, 퀄컴, 테슬라 등 대형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견고히 하고 있다. 선단 공정 기술력을 앞세워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는 ‘2인자’ 삼성전자에 TSMC가 전혀 빈틈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초기 시장에서 TSMC의 승리를 인정하면서도 향후 역전을 위한 비장의 무기를 갈고 닦는 중이다. 메모리-파운드리-첨단 패키징 등 맞춤형 AI 반도체 생산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Turn Key)’ 전략이다.
TSMC 회사 전경 / TSMC
8일 반도체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TSMC는 기존 빅테크 고객과 순조로운 협업 소식을 잇따라 들려주고 있다.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은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슈퍼컴퓨터 ‘도조’에 탑재할 차세대 반도체 칩 생산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TSMC가 테슬라 ‘도조’의 차세대 교육용 모듈 생산에 들어갔다면서 2027년까지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라는 첨단 패키징 공정을 이용해 현재보다 연산 성능이 40배 이상인 복잡한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는 애플이 수년 전부터 진행한 데이터센터용 AI칩 개발 프로젝트 ‘ACDC(Apple Chips in Data Center)’의 칩 설계 및 생산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또 4나노 공정에서 생산 비용을 절감한 기술을 개발해 고객사를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4나노 공정 ‘N4C’ 기술로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TSMC 2024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서 공개됐다.
N4C은 기존 ‘N4P’ 공정을 개선한 기술로 5나노급 노드 제품군에 속한다. N4C는 기존 공정보다 표준 셀, S램 셀 재설계, 일부 설계 규칙 변경, 마스킹 레이어 수 감소 등 개선을 통해 생산 복잡성이 감소됐다. 특히 기존 4~5나노 공정 대비 최대 8.5%의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2023년 6월 27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6월 12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 & 세이프(SAFE) 2024’에서 파운드리 주요 고객사와 파트너사를 상대로 쇼케이스를 연다.
올해 연말 양산하는 2세대 3나노 공정과 2025년 이후로 예고된 차세대 2나노 공정 등 선단 공정의 진행 상황을 공유할 예정이다. 특히 세계에서 유일하게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일괄 수행할 수 있는 턴키 전략의 차별점을 내세워 고객사를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턴키 전략은 2026년 상용화 예정인 HBM4(6세대) 시대를 맞아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무기다.
HBM은 D램을 적층한 ‘코어다이’와 인터페이스 기능이 탑재된 ‘로직다이’로 구성된다. HBM4부터는 로직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것이 유력하다. 비슷한 크기에 단자 수가 확대되는 만큼 더 미세한 공정이 필요해서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기술을 모두 가진 삼성전자가 고객사 확보에 용이한 이유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최근 구성원을 대상으로 연 사내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삼성전자가 맞춤형 AI 반도체의 턴키 공급이 가능한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AI 시장)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잘 집결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3년 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1.3%로 2위였다. 1위인 TSMC(61.2%)와 점유율 격차는 2023년 3분기 45.5%포인트에서 49.9%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이광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