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투수 다 제쳐두고 뽑았다” 1차 지명 포수 활약, 주전과 백업 경계 무너뜨렸다
▲한준수 ⓒKIA 타이거즈
▲한준수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대구, 최민우 기자] “좋은 투수 다 제쳐두고 뽑았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는 안방 고민이 없다. 지난해 트레이드로 영입한 뒤 3년 25억원 비FA 다년계약 김태군(35)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유망주 한준수(25)가 있기 때문이다. 둘은 번갈아 마스크를 쓴다.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난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인 김태군은 체력 안배 효과도 누릴 수 있고, 한준수는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2014년 김상훈 은퇴 이후 확실한 주전 포수가 없었던 KIA다. 그동안 외부 수혈로 안방마님 자리를 채워왔다. 김민식, 박동원 모두 트레이드로 영입한 자원이었다. KIA는 김태군 역시 내야 만능 유틸리티 류지혁을 내주는 조건으로 데려왔다. 최근 10년 동안 외부 영입에만 의존했던 포수 자리에 한준수의 등장은 KIA에 희소식이다.
한준수는 광주동성고 출신으로 2018년 1차 지명으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1차 지명 중 유일한 포수였다. 한준수를 택한 KIA와 더불어 한동희를 1차 지명으로 선발한 롯데 자이언츠를 제외하면 다른 구단은 모두 투수 유망주를 가장 먼저 뽑았다. 투수를 1차 지명 혹은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에서 선발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KIA의 선택은 한준수였다. 그만큼 한준수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한준수 ⓒKIA 타이거즈
▲한준수 ⓒKIA 타이거즈
그리고 5년의 시간이 흘러 한준수는 1군 무대를 휘젓고 있다. 이범호 감독도 한준수의 활약에 함박 미소를 짓는다.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전이 우천 취소된 가운데, 취재진과 만난 이범호 감독은 한준수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범호 감독은 “우리 팀이 투수들을 다 제쳐두고 한준수를 뽑았다. 구단도 한준수에게 기대하는 바가 컸다. 선수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단한 포수였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았다. 퓨처스리그에서 경험을 쌓았고, 그동안 군 복무까지 마쳤다. 또 지난해 1군에서 경기를 뛰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공격과 수비 모두 가진 재능이 많기 때문에 계속해서 성장해준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다”며 한준수의 성장에 만족감을 표했다.
▲한준수 ⓒKIA 타이거즈
▲한준수 ⓒKIA 타이거즈
▲한준수 ⓒKIA 타이거즈
▲한준수 ⓒKIA 타이거즈
공격 지표만 보면 한준수의 성적은 훌륭하다. 26경기에서 1홈런 13타점 9득점 타율 0.375(64타수 24안타) 출루율 0.403 장타율 0.500 OPS(출루율+장타율) 0.903을 기록 중이다. 그렇지만 타격 성적만 가지고 포수를 평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범호 감독은 포수로서 한준수의 가치도 고려해 기용하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타격 컨디션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기용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좋은 포수라도 나름대로 투수와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 지금도 계속 체크를 하는 중이다. 초반에는 외국인 투수 2명이 김태군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는데, 최근에는 한준수와 함께 기용해봤다. 어떤 투수와 호흡을 맞췄을 때 더 좋은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는지도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준수와 김태군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했다. 이범호 감독은 “지금 포수 두 명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체력 안배도 충분히 되고 있고, 서로에게 자극도 된다. 서로 경기에 나가고 싶은 의지가 상당히 있다. 지금은 한준수와 김태군 두 명의 활약에 만족한다”며 웃었다.
다만 이범호 감독은 전담포수제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전담포수제를 하면 부상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쉽지 않다. 특정 투수와 포수가 아무리 호흡이 좋다고 하더라도 부상을 생각 안 할 수 없다. 오히려 전담포수제를 하면 투수가 다른 포수와 경기에 나섰을 때 불안할 수 있다. 실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준수 ⓒKIA 타이거즈
▲한준수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계속해서 한준수와 김태군을 번갈아 가며 기용할 생각이다. 사실상 주전과 비주전이 사라진 셈. 모두 한준수가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준수도 계속해서 1군 경험을 쌓는다면, 먼 미래에도 KIA 안방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