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베를린 시장 머리를 ‘퍽’…독, 사민당·녹색당 대상 ‘정치 테러’ 잇따라

지난 4일(현지시각) 독일 드레스덴 시내에서 폭행당한 사회민주당 소속 마티아스 에케 유럽의회 의원(왼쪽)의 선거 포스터. 드레스덴/AFP 연합뉴스

정치인 피습 사건이 잇따랐던 독일에서 7일(현지시각) 베를린과 드레스덴 지역 정치인 2명이 또 공격을 당했다. 독일 정부는 정치인에 대한 폭력 범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경찰은 이날 루도우 지역 한 도서관에서 사회민주당(SPD) 소속 프란치스카 기파이 의원이 한 남성에게 공격을 받아 다쳤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무거운 물체가 든 가방으로 기파이 의원의 머리와 목을 친 혐의다. 기파이 의원은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기파이 의원은 지난해까지 베를린 시장을 지낸 유명 정치인이다.

같은 날 저녁엔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에서 선거 포스터를 붙이고 있던 녹색당 정치인이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들은 피해자를 공격적으로 밀며 욕설과 위협을 가했고, 침을 뱉었다. 데페아(dpa) 통신은 두 용의자가 각각 34살 남성과 24살 여성으로, 나치식 인사를 하는 단체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돼 관련 조사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독일 서부 에센 지역에서는 카이 게링 연방하원 의원과 녹색당 정치인 롤프 플리스가 귀가 도중 괴한에게 폭행을 당했고, 이틀 뒤인 지난 4일엔 드레스덴 시내에서 사회민주당 소속의 마티아스 에케 유럽의회 의원이 유럽의회 선거 포스터를 붙이던 중 청소년 4명에게 맞아 얼굴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이달 말 지방 선거와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독일에선 정치인에 대한 공격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포르사가 발표한 결과를 보면, 6400명 이상의 지자체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0%는 본인 또는 본인과 가까운 사람들이 모욕과 위협, 신체적 공격 대상이 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4명 가운데 1명은 이 문제로 정치를 관둘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의원들이 주요 공격 대상이 되면서, 이들을 비난해 온 극우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경계도 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는 “녹색당이 공격 목표가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녹색당원들은) 선거 기간 절대 혼자 다니지 않고, 사람들을 도발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말하도록 훈련받고 있다”고도 전했다. 낸시 페저 내무부 장관은 앞서 “민주적 정치인들을 향한 극단주의자와 포퓰리스트들의 적대적인 언어 구사는 늘어나는 폭력에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독일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은 아니다. 독일 싱크탱크인 쾨르버 재단의 스벤 테츨라프는 소셜 미디어가 정치적 담론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며 “사람들은 국가와 시스템, 정치, 그리고 ‘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를 표현하도록 서로를 자극하고 있다”고 도이치벨레에 말했다. 그는 “이런 방향의 발전이 계속되면 사람을 신체적으로 공격하는 데 대한 임계점도 낮아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독일 연방 정부와 주 정부 내무 장관들은 정치인이나 관련 자원봉사자를 겨냥한 폭행 범죄에 대해서는 더 강한 형벌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이날 데페아가 보도했다. 지난주 정치인 습격 사건이 연달아 터진 뒤 열린 회담에서 형법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장예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