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틀막' 고려대학에서 해직 당해
‘입틀막’ 고려대학에서 해직 당해
신군부가 날조한 사건으로 한 달 동안 유치장에서 곤욕을 치르고 나왔다. 그런데 석방 한 달여 뒤에 고려대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았다. 심신을 치유할 틈도 주지 않고 가해진 또 다른 폭압이었다. 직장인에게 해직은 밥줄을 끊는 가혹한 형벌이다. 고려대학에서는 강만길과 함께 이문영, 김윤환, 조용범, 김용준, 이상신 교수 등이 해직 통보를 받았다.
전두환 정권은 학계와 언론계의 양심적인 교수와 기자들을 쫓아냈다. 비판적인 지식인과 언론인들의 일대 수난기였다. 독재자가 비판을 싫어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 초기의 학계와 언론계의 숙정 선풍은 유례 드문 폭거였다. 이때 수많은 대학생이 제적당하기도 했다.
대학교수의 해직은 요즘 말로 하면 ‘입틀막’이다. 바른말을 하지 못하도록 입을 틀어막고 아예 설 자리를 박탈해 버린 것이다. 오래전 왕조 시대에 있었던 귀양이나 유배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다. 구속 수감할 꼬투리를 찾지 못한 교수들은 학교(재단)에 압력을 넣어 교직을 빼앗았다.
성북경찰서에서 석방된 지 한 달이 지난 1980년 7월 말경이었다. 교무처장인 영어영문학과의 김권호 교수가 연구실에 찾아와서 난처한 얼굴로 한참을 망설이다가 문교부에서 사표를 받으란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쥐는 과정에서 ‘사회정화’라는 이름으로 대학교수뿐만 아니라 언론인과 고등학교 교사·공무원들을 대량으로 ‘숙청’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주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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