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질 10곳인데 응찰은 ‘0’…강남서도 사라진 재건축 수주전
평당 공사비 920만원 제시한
도곡개포한신, 응찰 건설사 ‘0’
건설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 수주에 보수적으로 나서면서 서울 강남 등 핵심지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조합은 지난 4월 29일 오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지만, 단 한 곳도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 유찰됐다.
조합은 지난 4월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에서 3.3㎡당 920만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제시했다. 4월 14일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10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정작 응찰한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다.
((연합뉴스))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은 현재 620가구 규모의 단지를 지하 3층~지상 35층 7개동, 816가구로 신축하는 사업이다. 단지 규모가 작고 일반분양 물량도 85가구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건설사들이 3.3㎡당 920만원 공사비에도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월 15일에는 한강 조망권을 갖춰 알짜 입지로 평가받는 서울 용산구 원효로4가 ‘산호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이곳 역시 응찰한 업체가 없었다. 1977년 지어진 산호아파트는 기존 554가구를 헐고 최고 35층짜리 7개동, 647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조합은 공사비로 3.3㎡당 830만원을 제시했다.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들도 유찰을 거듭하다 경쟁 없이 수의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행법상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은 경쟁 입찰이 원칙이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가 없거나 한 곳이면 자동 유찰된다. 두 번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지만, 첫 입찰에는 응찰 업체가 아예 없었고 두 번째 입찰에는 한 곳만 참여해 유찰됐다. 이후 진행된 수의계약을 위한 입찰에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송파구 ‘잠실우성4차’ 역시 두 차례 입찰을 진행했지만, 두 차례 모두 DL이앤씨 한 곳만 입찰 확약서를 제출해 유찰됐다. 잠실우성4차 재건축 조합 측은 유찰이 거듭되자 3.3㎡당 공사비를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올렸고, 5월 10일 수의계약을 위한 입찰에 들어갈 계획이다. 앞서 입찰 확약서를 제출한 DL이앤씨가 조합으로부터 수의계약 대상자 통보를 받은 상태다.
서초구 신반포12차 역시 두 차례 유찰을 거친 뒤 최근 수의계약 대상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했으며 롯데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오르고 분양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 수익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사업만 선별해 수주하겠다는 것이 대부분 건설사의 방침”이라면서 “두 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해 경쟁이 성립하면 수주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비용이 들어가게 되므로 경쟁 입찰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