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릿은 정말로 뉴진스를 카피했을까?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아일릿이 뉴진스의 아류라고 규정했다. 아일릿이 뉴진스를 모든 영역에서 카피했다고 비판한다. 처음 입장문을 냈을 때는 아류라는 표현의 선정성 때문에 역풍을 맞았지만 ‘그 기자회견’ 이후 반론 없이 수용되는 분위기다.

아일릿을 살펴보면 확실히 전체적인 콘셉트를 뉴진스에서 참고한 인상이 들지만 정체성의 디자인이 다른 것도 알 수 있다. 둘 다 하이틴 콘셉트에 속하지만, 뉴진스가 고전적인 소녀상에 대한 향수를 불러낸다면, 아일릿은 서브컬처 미소녀 물 포장지가 써져 있다. 뮤비와 노래, 무대 의상 같은 메인 콘텐츠 역시 뉴진스와 빼닮은 게 없다. 현재 카피 증거라고 공유가 되는 건 콘셉트 포토 사진과 댄스 동작이다.

먼저, 댄스의 경우 어텐션과 디토 등 뉴진스 안무 특정 구간이 마그네틱 안무로 쓰였는데, 이건 표절이 아니라 댄스 동작을 인용한 것이다. 동작에 변형을 가해 원작이 있는 안무인 걸 숨긴 것이 아니라, 동작을 똑같이 따라 하며 출처를 드러냈다. 그러니까, 뉴진스를 훔치는 게 아니라 뉴진스랑 엮이는 게 목적 같다. 아일릿은 뉴진스뿐 아니라 르세라핌, 프로미스 나인의 춤도 가져갔다. 모두 하이브 걸그룹이다. 먼저 데뷔한 그룹들 이미지를 소환하며 아일릿이 하이브 ‘막내딸’이라고 홍보하려는 의도 같다.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체제로 전환한 후 소속 가수들을 엮고 포개는 대가족 마케팅을 하고 있다. 산하 레이블 아이돌들을 자신이 총괄하는 IP라고 규정하고, 그 IP들의 콜라보를 통해 플러스알파를 노리는 것이다. 마블과 디씨가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고 히어로들이 함께 출연하는 어벤저스 같은 영화가 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일릿은 정말로 뉴진스를 카피했을까?

민희진은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을 거면 뭐 하러 멀티 레이블을 하느냐고 성토하지만, 하이브 입장에선 다른 회사 아이돌도 아니고 멀티 레이블 아이돌이기에 서로 엮을 수 있고 그렇게 활용해야 멀티 레이블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소통이 필요하다. 요는 안무 인용에 사전에 동의를 구했느냐이지 표절이나 그에 준하는 카피가 아니란 말이다. 쏘스뮤직과 플레디스에선 아무런 잡음이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두 레이블과는 소통이 원활하거나 하이브에 대한 소속감이란 측면에서 어도어 레이블의 독립의식이 다른 레이블보다 특별히 강한 것 같다.

콘셉트 포토를 보자. 뉴진스와 아일릿의 콘셉트 포토를 비교하면 구도와 의상이 아주 유사한 사진 몇 장이 있다. 이 역시 아일릿을 접하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뉴진스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이 목적 같다. 그렇다면 이걸 카피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문제 삼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문제 삼을 수 없는 반례 역시 민희진 본인이 만들어 놓은 상태다. 뉴진스 역시 다양한 레퍼런스를 끌고 와 바느질로 기운 그룹이다. 콘셉트 포토와 ‘Hype Boy’ 뮤비는 영화 , ‘Attention’ 뮤비는 일본 걸그룹 스피드의 ‘Body&Soul’ 뮤비와 영화 의 장면과 구도, 미장센을 그대로 잘라 붙여놨다.

‘카피’라고 할 만큼 똑같이 ‘베낀’ 건 아일릿보다는 뉴진스다. 민희진 입장에선 “레퍼런스 일부 인용을 통한 재창조와 단순 카피는 다르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일릿 역시 일부 콘텐츠에 한해 뉴진스의 특정한 콘셉트 샷과 댄스를 가져갔다. 내가 보기엔 둘 사이 차이는 레퍼런스를 밝히지 않은 채 이미지와 구성을 빌려 와 콘셉트를 연출하느냐, 레퍼런스를 의도적으로 드러내며 ‘어그로’를 끌어서 이용하느냐 정도다. 후자는 상도덕이 없는 것이지만 표절 시비에는 전자가 더 취약하다.

아일릿은 정말로 뉴진스를 카피했을까?

영화 ‘무스탕: 랄리의 여름’과 뉴진스의 콘셉트 포토, ‘Hype Boy’ 뮤직 비디오

‘포뮬러’를 모방했다는 비판

민희진도 이런 반론이 나올 수 있음을 의식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래서 단순한 카피가 아니라 “우리의 포뮬러를 따라 해서 문제다”라고 말한다. 포뮬러라 함은 그룹을 기획하고 프로모션하는 공식일 거다. 그렇다면 더더욱 카피란 말은 성립할 수 없다. 업계를 불문하고 그런 층위에서 경영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건 보편적 관행이다.

게다가 그 지점에서 문제가 되는 건 아일릿이 아니라 SM 보이그룹 라이즈다. ‘Love 119’ 뮤직비디오 연출과 의상이 ‘Ditto’와 비슷해서 아일릿보다 먼저 논란이 됐었다. 아일릿은 콘셉트 포토와 특정 댄스 동작, 콘셉트의 유사성에 머물지만 라이즈는 Y2K 콘셉트 + 이지 리스닝 + 유명인 바이럴 / 대중성 바이럴 등 기획 방향이 모두 동일하다. 말 그대로 ‘포뮬러’를 따라 했다.

아일릿은 정말로 뉴진스를 카피했을까?

라이즈 ‘Love 119’ 티저 이미지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라이즈에 비하면 아일릿은 차라리 공식의 교집합이 적다. 아마도 그래서 내부적으로 민희진이 아일릿뿐 아니라 라이즈, 투어스 다 뉴진스를 베꼈다고 성토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겠지만, 왜 대외적으로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업이 망가진다” 같은 표현까지 쓰며 앙칼진 노성을 토하는 것을 보면 개인적 이해관계나 은원 관계를 넘어서는 대승적 소명 의식이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왜 훨씬 ‘카피’ 수준이 높은 다른 회사 아이돌은 언급하지 않고 같은 회사 여자 아이돌만 ‘아류’라고 비난하는 걸까. SM과 그 팬덤까지 적으로 돌리는 건 부담이 크기 때문일까? 라이즈는 남자 아이돌이라 시장 경쟁자가 아니지만 아일릿은 뉴진스의 파이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일까?

케이팝의 역사는 곧 특정한 ‘포뮬러’가 확산되며 한 시대의 페이지가 채워진 역사다. 케이팝은 음악산업이고 유행과 가장 밀착된 산업이다. 10년 전, 트와이스가 다국적 + 다인조 + 컬러팝 공식을 제시한 이후 일본인 멤버를 발탁하고 다수 멤버의 케미스트리를 팔레트 위 물감처럼 섞는 그룹들이 등장했다. 체리블렛 같은 그룹은 일본인 멤버 셋 + 대만인 멤버 하나라는 외국인 멤버 구성까지 똑같았다. 블랙핑크는 트와이스가 유행시킨 메타의 안티테제로서 소규모 인원 구성 + 걸크러시라는 ‘포뮬러’를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제시했다. 그런 ‘포뮬러’는 나머지 그룹들에게 지향점이 된다. 걸크러시 스타일을 추구하는 현세대 걸그룹 전체가 블랙핑크의 자식들이다.

케이팝의 개척자 중 하나인 H.O.T조차 갱스터 힙합 + 사회 비판 가사라는 서태지와 아이돌의 ‘포뮬러’를 벤치마킹하며 탄생한 그룹이다. 그게 ‘컴백홈’과 ‘전사의 후예’다. 민희진은 “포뮬러”를 베끼면 중소그룹이 다 똑같아진다고 호소하지만 케이팝은 언제나 동질화의 과정을 거치며 발전하고 계승되었다. 그 속에서 새로운 메타가 등장하며 새로운 파도를 일으켰다. 민희진은 자신의 창작물을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대상처럼 여길 수도 있겠지만, 뉴진스 같은 ‘트렌드 세터’는 늘 존재했다. 중소회사는 독자적 흥행 전략을 마련할 자원과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공식을 어느 정도 따라가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면도 있다. 박진영과 테디가 다른 아이돌을 아류라고 부르며 업이 망가진다고 근심했던가?

아일릿은 정말로 뉴진스를 카피했을까?

뉴진스 ‘Attention’ 뮤직 비디오와 스피드 ‘Body&Soul’ 뮤직 비디오

민희진은 유행의 순환과 사조의 형성이라는 보편적 문화 현상을 배제한 채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하고 배타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자신의 크레디트를 곧 ‘업’과 동일시하는 우주처럼 넓고 까마득한 자의식을 펼쳐 보이면서 말이다. 정작 민희진의 작품이 그 정도로 독보적인 오리지널리티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스피드 뮤직 비디오만 봐도 답이 나온다. 민희진이 방시혁에게 항의할 수 있는 주장은 “같은 멀티 레이블이라고 동의 없이 두 그룹을 엮으며 뉴진스의 상품 가치를 이용하지 마라” 정도다. 왜 다른 그룹 띄우려고 내 새끼 이미지를 소모해야 하냐는 거다. 그 외 콘셉트 포토의 유사성과 포뮬러 모방은 비판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니거나 먼저 자기 자신과 싸워서 결론을 내야 한다. “난 되고 넌 안 돼”인지, “너도 안 되고 나도 잘못했어” 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통용돼 온 문화예술의 현상인지 말이다.

민희진은 “업”이라는 말로 케이팝 산업의 운명 공동체 성격을 강조한다. 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아일릿 같은 카피 캣이 용납되어선 안 된다는 뜻 같다. 무차별적으로 다른 아이돌을 언급하며 논란에 연루시키고, 자신조차 자유로울 수 없는 콘셉트 유사성을 가지고 ‘모든 걸 베꼈다’라고 정죄하는 건 과연 업을 이루는 주체들을 존중하는 태도일까? 오리지널리티 개념을 자의적으로 전유하는 독선과 무논리가 감정적인 기자회견에 의해 정론으로 자리잡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업계를 평가하고 업계가 운영되는 기준을 왜곡하는 것 아닐까?

민희진이 일련의 아이돌을 거명하며 군중심리에 불이 댕겨진 이후, 악플러들은 그들의 그룹 계정은 물론 개인 인스타 계정까지 쳐들어가 점령한 상태다. 어쩌면 은퇴할 때까지 ‘아류’라는 낙인을 쓰고 손가락질당할지 모른다. 업계의 어른이라면 “업”을 위하는 길이 정말로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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