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천막 휩싼 거센 물길... 이제 '거대야당'이 나서라
새벽 2시, 천막 휩싼 거센 물길… 이제 ‘거대야당’이 나서라
“이제 그만 올라오세요!”
새벽 2시경, 하천관리요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침 천막 지붕에 부딪치는 빗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늦은 오후부터 제법 세진 빗줄기에도 수위는 변함이 없었는데 새벽부터 한 순간에 물이 불어났다. 공주보 담수 당시 천막농성을 통해 강이 얼마나 무서운지 확인했기에 물이 불어나는 것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았는데, 사람이 판단하기 힘든 속도로 자연은 움직였다.
사실 세종보 상류 300m 지점에 농성 천막을 친 것은 비와 다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종보 재가동을 막기 위해 친 것이었다. 하천관리요원의 요구에 따라 뭍으로 나온 것은 그래서였다. 오전 5시쯤 다시 천막으로 가보니 천막은 거센 물길에 휩싸인 섬처럼 남아있었다. 자연의 흐름을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다시 한 번 느낀다.
생사 알 수 없는 물떼새 둥지… 한 치 앞 모를 강의 흐름
“흰목물떼새 알은요?”
새벽녘 강물이 불어난 소식에 천막에 남아있던 활동가와 함께 멸종위기 2급 조류인 흰목물떼새의 안부를 묻는 이들이 많았다. 어제만 해도 둥지에서 알 3개를 포란하는 어미새를 목격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확인할 길이 없다.
자갈밭 위에서 바삐 움직이던 흰목물떼새, 삑삑도요, 깝짝도요, 검은등할미새들은 어디에 가 있을까? 새들은 가만히 있으면 자갈과 꼭 닮았고, 움직여야 알아볼 수 있다. 자갈에 몸을 숨기면 천적으로부터 숨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기에 자갈이 없는 강에는 이들이 숨을 곳이 없다.
지금처럼 물이 모든 것을 뒤덮은 강에는 알을 낳을 곳도, 사냥할 곳도 없다. 이 비가 그치고 자연스럽게 물이 흐른다면 그 흐름대로 물은 빠져나가고 자갈 밭은 또 다시 새들의 삶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세종보가 재가동 되고 담수된다면 새들의 삶터는 수장되고 다시는 찾지 않는 죽음의 강으로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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