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3 품질 보증..."불량시 비용 부담"
삼성전자의 HBM3 ‘아이스볼트'(사진=삼성전자)
(지디넷코리아=장경윤 기자)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공급을 추진 중인 HBM3(4세대 고대역폭메모리)에 올해 품질보증(개런티)을 내건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수율 등 기타 문제로 HBM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전반적인 비용을 보상하는 것이 주 골자로, 엔비디아와의 HBM 사업 확장에 대한 삼성전자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조치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를 양산 공급하기 위한 조건으로 품질보증을 제시했다.
현재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는 GPU(그래픽처리장치)와 HBM 등을 2.5D 패키징으로 연결해 만들어진다. 2.5D 패키징은 넓은 기판 모양의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반도체 다이(Die)를 수평 배치하는 기술이다. 엔비디아는 대만 주요 파운드리인 TSMC의 자체 2.5D 패키징인 ‘CoWoS’를 채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에 HBM3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엔비디아와 최종 샘플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엔비디아에 HBM3 공급에 대한 품질보증을 제시하는 등 보다 강경한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품질보증은 공급자가 제품의 일정 수준에 대해 책임을 지는 계약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사 HBM3를 활용한 패키징 공정에서 불량이 발생해 양산에 차질이 생길 경우 관련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불량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보상 범위에는 삼성전자 HBM3용으로 할당된 GPU와 CoWoS 공정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패키징 공정에서 메모리의 호환성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이처럼 메모리 공급업체가 관련 공정에 대한 비용 전반을 부담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AI반도체 패키징이 HBM에 GPU를 접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율이 낮으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가 사실상 마진을 고려하지 않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를 최대한 빨리 양산 공급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부터 HBM 시장이 차세대 제품인 HBM3E로의 전환을 시작할 예정이나, HBM3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엔비디아의 주요 거래선인 SK하이닉스가 HBM3E 생산능력을 확대할 경우, 기존 HBM3에 대한 출하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해당 공백을 시기적절하게 공략할 필요가 있다. HBM3에 대한 양산 공급 경험을 토대로 HBM3E 사업의 기반을 다져나갈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떠안을 리스크가 적지 않기는 하나, 삼성전자는 부족한 수율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품질 향상)의지가 매우 확고해 향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경윤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