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는 왜 간짜장 위에 계란 프라이를 올려줄까?
부산서는 왜 간짜장 위에 계란 프라이를 올려줄까?
부산미각
최진아·김명구·김경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80쪽 | 2만2000원
부산 중국집에 가서 간짜장을 시키면 계란 프라이를 얹어 준다. 부산의 특징이려니 하고 넘어가기 전 ‘도대체 왜?’를 따진다면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설명한다. 중국 대륙에서 온 짜장면이 간짜장으로 또 한번 분화되는 과정에서, 프라이팬으로 뭔가를 튀겨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일본의 근대 식문화가 유입됐으리라는 것이다. ‘가마솥 부(釜)’를 쓰는 부산은 그 이름처럼 대륙과 해양을 통 크게 품는 허브와도 같아 미각의 융합이 이뤄지는 지점이 됐다는 얘기다.
부산 지역 학자 14명이 쓴 이 책은 한·중·일은 물론 동남아·유라시아 문화가 교류한 결과라는 부산 음식을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했다. 피란민의 배고픔을 달래주다 값비싼 별미가 된 곰장어, 예전엔 ‘경상도 냉면’이라 부르던 밀면, 미꾸라지 대신 고등어 살을 넣은 고등어 추어탕, 한잔 속에 설렘과 사과와 위로를 다 담는다는 대선소주, 동래파전과 가장 궁합이 맞는 조합이라는 금정산성막걸리 이야기가 펼쳐진다. 돼지국밥과 재첩국, 연양갱과 오뎅의 유래를 추적하는 데선 절로 탄성이 나온다. 음식 역시 역사의 산물이며 미식(美食)과 인문학은 떼어놓을 수 없다는 깨달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