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호텔 재개발 닥치자 “고용보장” 말바꾼 교직원공제회 [왜냐면]
2022년 9월1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직원공제회 앞에서 한국노총 및 전국관광서비스노동조합연맹과 더케이호텔노동조합이 연대하여 열린 ‘더케이호텔서울 재개발에 따른 고용보장 촉구와 생존권 사수를 위한 한국교직원공제회 규탄대회’ 모습. 더케이호텔노동조합 제공
문강인 | 더케이호텔노동조합 부위원장
‘서울교육문화회관’으로 불리던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100% 출자한 회사다. 지난 4월21일 창립 34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하지만 내년을 기약할 수 없어 마지막 창립기념일이 될지 모른다는 현실에 애써 웃음 짓는 동료들의 모습이 참으로 애처로워 보였다. 호텔은 올해를 끝으로 영업을 종료하고 재개발을 추진한다. 공제회는 수조원의 사업비로 호텔 부지를 대규모 업무·상업 복합단지로 개발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영업 종료에 따른 처우 대책을 요구하는 호텔 직원들의 요구는 방관하고 있다.
공제회는 2017년 호텔 재개발을 통보한 뒤 사업 추진 지연으로 올해까지 영업 종료를 5차례 번복하며 통보해왔다. 그동안 호텔은 막대한 영업 손실이 발생했고, 호텔 직원들은 매번 연장되는 파리 목숨과도 같았다. 이 와중에도 직원 처우에 대한 공제회의 대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장기화한 고용불안을 견디다 못해 한국노총 관광서비스노련 더케이호텔노동조합은 약 7개월 동안 고된 투쟁 끝에 2022년 11월 공제회와 고용보장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에 ‘회사와 교직원공제회는 재개발에 따른 도입 시설 일부로 호텔을 건립하고 근로자를 해당 사업장에 재배치한다’라는 핵심 내용을 명시했다. 그렇게 고용보장을 힘겹게 합의하고 연말까지 영업 종료를 앞둔 지금, 직원들에 대한 처우 대책을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22년 11월24일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고용보장합의서 체결식’ 모습. 더케이호텔노동조합 제공
지난 3월 공제회는 호텔 영업 종료 계획을 세우라고 호텔 사쪽에 지시했다. 최근 영업 종료 계획 수립과 관련해 호텔을 방문한 공제회 실무진은 처우 대책으로 사실상 희망퇴직만을 제시하고 돌아갔다. 기존에 체결한 고용보장 합의서는 안중에도 없었다. 1인 주주인 공제회가 임명한 대표이사가 작성하고 공제회가 승인한 합의서를 외면하고 부인했다.
또한 3월말 공제회는 무슨 작심이라도 한 듯 호텔에 전례 없는 대대적 감사를 벌였다. 직원들을 개별 조사하면서 거짓 진술 땐 위증으로 처벌한다는 등의 고압적 태도로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취득하고 임의로 활용해 설문조사 문자를 배포했다. 엄연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감사기관의 감사인지 검찰기관의 수사인지 모를 지경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공제회의 의도와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재개발의 걸림돌이 되어버린 호텔의 영업 종료 명분을 위해, 호텔의 귀책 사유를 만들어 내고 싶은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우리 호텔 직원들은 “고용보장을 약속하고 처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공제회의 말을 믿고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고 흘러간 세월이 어느덧 7년이다. 그런데 영업 종료를 앞둔 지금 돌아온 공제회의 대답은 이렇듯 잔인하고 허망하다. 이대로 좌시할 수는 없다. 더케이호텔노동조합은 다시 한번 투쟁의 의지를 불태워 맞서 싸울 것이며, 반드시 고용보장을 이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