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옮기는 데 10시간… 서른셋 산모, 둘째 낳고 하늘나라로

편집자주

11년 간 아기를 낳다가 사망한 산모는 389명. 만혼·노산·시험관·식습관 변화로 고위험 임신 비중은 늘고 있지만, 분만 인프라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100일 동안 모성사망 유족 13명, 산과 의료진 55명의 이야기를 통해 산모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붕괴가 시작된 의료 현장을 살펴보고 안전한 출산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고민했습니다.

대학병원 옮기는 데 10시간… 서른셋 산모, 둘째 낳고 하늘나라로

둘째 딸을 낳은 뒤 사망한 김선화 산모.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선화, 데리고 옵시다.”

2019년 7월 초 어느 이른 아침, 김화석은 이부자리를 정리하며 대뜸 둘째 딸 얘기를 꺼냈다. 남지숙(가명)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남편을 봤다. 서울 큰 병원에서 건강하게 치료 잘 받고 있다고 한 사람이 누군데… 화석은 곁에서 곤히 자고 있는 다섯 살 손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내에게 입을 열었다. “놀라지 말고 들어. 어제 밤 사위한테서…”

밤 12시쯤 화석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님, 선화가 안 될 것 같아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화석도 간 이식 수술만 잘 끝나면 딸이 일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믿었다. 집사람을 깨우려는 찰나, 한밤중 이 소식을 전했다간 지숙이 까무러칠 게 뻔했다. 손녀는 어쩔 건가. 다섯 살 아이에게 엄마의 임종을 보여줄 순 없었다. 화석은 사위한테 “손녀 좀 첫째한테 맡기고, 아침 일찍 올라가겠다”고 했다. 그러고 밤새 숨죽여 울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전남 영광에서 300km나 떨어져 있었다. 올라가는 내내 지숙은 오열과 실신을 거듭했다. 운전대를 부여잡은 화석은 눈물을 참으려 입을 꽉 다물었다. 나까지 무너지지 말자. 아산병원 중환자실에는 머리에 붕대가 감긴 딸이 누워 있었다. 닷새 전 뇌내출혈 수술을 받은 흔적이었다. 화석은 딸의 시신을 구급차에 태우고 다시 영광으로 내려왔다.

장례식 첫날, 화석은 조문도 받지 않고 식장 구석에 송장처럼 누워 있었다. 요즘 세상에 아기를 낳다가 죽는 게 말이 되나. 분하고 억울해 딸이 왜 죽었는지 알아야 했다. 낯선 얼굴의 두 사람이 조문을 왔다. 명함에 ‘영광종합병원 간호부장 OOO’ ‘사무국장 OOO’라고 적혀 있었다. 40여 일 전쯤, 딸이 분만 후 의식을 잃은 그날 병원 수술실 앞에서 만났던, 서울 사람 같은 희멀건 얼굴의 산부인과 의사가 떠올랐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딸이 이렇게 된 게 그놈 때문인 것 같았다.

장례를 마치자마자 영광종합병원으로 달려가 딸이 남기고 간 ‘핏덩이’ 손자를 데리고 왔다. 주변에서 병원을 상대로 싸우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말렸지만, 화석은 이미 결심을 굳혔다.

“추워” 한마디 후 의식 잃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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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 영광종합병원 전경. 영광=박준석 기자

2019년 5월 27일 오후 4시, 영광종합병원 1층에서 외래 진료 중인 김준영(가명)에게 간호사가 급하게 다가왔다. “선생님, 김선화 산모 출혈이 심한데요.” 1시간 전, 자연분만으로 남아를 분만한 산모였다. 바이탈(활력 징후)도 정상이고, 출혈도 없었는데… 준영은 곧장 2층 분만실로 뛰어 올라갔다. 출혈량(1,000ml)이 적지 않았다. 분만 후 자궁이 수축되지 않아 태반이 붙어 있던 부위에서 피가 계속 나오는 듯했다. 준영은 자궁 내 고인 피를 빼준 다음, 양손으로 자궁을 압박하고, 자궁수축제를 투여했다. 그래도 출혈은 잡히지 않았다.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한 준영은 외과·마취과 과장과 간호사들에게 비상 대기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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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수축 부전에 따른 산후출혈. 서울아산병원

예상치 못한 산후출혈 상황에서 일선 병원 의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은 전원이다. 준영도 광주의 큰 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어느덧 오후 5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영광에는 광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았다. 지금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밟아도 광주까진 1시간이 넘게 걸릴 터였다. 그러면 산모는 과다출혈 쇼크로 차에서 사망할 수도 있었다. 준영은 불안한 표정으로 분만실 앞을 서성거리던 남편에게 말했다. “자궁을 적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광읍내에서 유치원 통학버스를 운전하는 화석이 사위에게 전화를 받은 게 그쯤이었다. 선화가 아기를 낳고 얼마 뒤 “추워”라고 말한 뒤 의식을 잃어버려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병원으로 달려갔더니, 굳게 닫힌 수술실 문 틈으로 물소리가 새어 나왔다. 수술대 아래로 엄청난 양의 피가 떨어지고 있는 듯했다. 화석은 뭔가 잘못돼 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전남대·조선대병원 ‘불가’… 광주기독병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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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한국일보 자료 사진

밤 9시 수술을 마치고 나온 의사는 “광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는 의미였다. 밤 9시 30분 병원을 빠져나가는 구급차를 화석이 뒤따랐다. 구급차에는 딸과 사위, 의사, 간호사가 타고 있었다. 화석은 당연히 전남대병원으로 가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30여분 뒤 구급차가 멈춘 곳은 광주기독병원이었다.

준영은 수술 도중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 차례로 연락해 산모를 받아줄 수 있는지 물었다. 두 곳 모두 어렵다고 했다. 마지막 선택지였던 기독병원은 당시 산부인과 과장이 수술 중이었지만, 응급실에선 “일단 보내라”고 했다. 다행히 병원에 도착했을 때 수술은 끝난 상태였다. 산부인과 과장은 수술복 차림으로 응급실로 내려와 산모를 받았다. 빠르게 환자 상태부터 체크했다.

산모는 파종성혈관내응고장애(DIC)가 의심됐다. 몸에서 피가 나면 혈중 혈소판 분비로 혈전을 만들어 지혈을 돕는데, 대량 출혈로 혈전이 과도하게 생성되면 장기에 달라붙으며 혈액 순환에 장애가 생기고, 정작 지혈이 필요한 부위는 혈소판이 부족해 출혈이 멎지 않게 된다. 지금 산모에게는 응고 과다와 과다 출혈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 동시에 나타나고 있었다.

재(再)전원 시도··· 병상이 없거나, 의사가 없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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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대훈 기자

출혈부터 잡아야 했지만, 혈압이 너무 낮아 응급수술이 쉽지 않았다. 괜히 배를 열었다가 출혈이 더 심해지면 산모가 수술대 위에서 사망할 수도 있었다. 이럴 때는 보통 자궁동맥 혈관에 작은 입자로 된 색전(혈관 폐쇄) 물질을 주입해 혈류를 차단하는 ‘색전술’을 시행해 출혈부터 잡는다. 하지만 기독병원 영상의학과에는 색전술을 할 수 있는 ‘인터벤션 의사’가 없었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만 색전술이 가능했다. 산모를 다시 옮기는 수밖에 없었다.

기독병원에서 밤 11시 넘어 조선대병원에 연락했지만, 한 명 있던 인터벤션 전문의가 그만둬 색전술이 불가능하다는 답이 왔다. 남은 희망은 전남대병원뿐이었다. 산모 상태가 위중해 타지로 보낼 수도 없었다.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2년 차 김희진(가명)이 당직 중 응급실로부터 전화를 받은 시간이 그쯤이었다. 기독병원에서 전원 의뢰가 들어왔는데, 산모를 수용할 수 있는지 체크해달라는 것. 수술할 교수가 있는지, 중환자실에 병상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이날 응급 호출을 할 수 있는 산과 교수는 한 명뿐이었다. 원래 두 명인데, 한 명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교수 일정을 확인하려는데, 중환자실에 인공호흡기가 없다는 연락이 왔다. 평소에도 광주·전남의 중증 환자들이 모두 전남대병원으로 몰리면서 제때 전원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중환자실 환자가 사망해야 겨우 자리가 났다.

희진은 응급실로 전화를 걸었다. “어렵겠네요.”

“수혈 외엔··· ” 10시간의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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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 광주기독병원 전경. 광주=박준석 기자

어느새 날이 바뀌었다. 화석은 속이 타 들어갔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는 딸은 복부에 고인 피 때문인지, 임신부처럼 배가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기독병원 의사와 간호사는 새벽 내내 딸 옆에서 수혈 팩을 손으로 쥐어짜고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화석이 피만 들이붓지 말고, 제발 수술이든 뭐든 해달라고 애원했다. 의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선 수혈 외에는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혈압이 오르면서 산모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 기독병원 의료진은 전북과 충청 등의 대학병원까지 전화를 돌렸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오전 7시쯤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환자를 보내라는 연락이 왔다. 수원까지 산모가 버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찰나에, 전남대병원에 자리가 나면서 가까스로 이송됐다. 그때가 오전 7시 40분이었다. 기독병원에서 전남대병원은 차로 고작 5분 거리였지만, 전원까지 10시간 가까이 걸린 셈이다. 그동안 화석은 딸이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

세 차례 응급수술··· 실낱 같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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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게티이미지뱅크

응급 수술이 시작됐다. 영상의학과에서 자궁동맥색전술을 시행했고, 뒤이어 산과·외과·마취과 등으로 꾸려진 의료진이 개복(開腹) 수술을 진행했다. 이틀 간격으로 두 차례 추가 개복이 뒤따랐다. 산과 교수는 화석에게 “출혈은 다 잡았다”고 설명했다.

하루에 한 번, 30분 정도만 중환자실 면회가 가능했다. 화석은 딸의 팔다리를 주무르며 “우리 딸, 빨리 집에 가자”고 했다. 잠만 자던 딸이 어느 날 의식을 되찾았다. 딸은 간단한 대화는 물론, 누워서 양치까지 가능했다. 어떤 날엔 옆에 있던 남편에게 “우리 아빠, 용돈 좀 챙겨줘”라고 말하기도 했다. 휠체어를 타고 병원 밖을 산책한 적도 있었다. 화석은 교수들에게 연신 감사함을 표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딸 얼굴에 가득한 황달이었다.

자식을 살리려면 뭐든 해야 했다. 간 이식 수술은 서울아산병원이 독보적이라는 말에 서울로 딸을 옮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화석은 딸이 살아날 거라는 희망으로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의료진은 간을 이식받아도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산후출혈 뒤 응급 처치가 지체되는 사이에 간, 콩팥 등 주요 장기가 너무 많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기적은 없었다. 2019년 7월 9일 오후 2시 17분, 딸은 33세로 영원히 눈을 감았다.

부모는 삶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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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선화 산모 부친 김화석씨.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지병도 없었고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닌데 딸이 갑자기 죽었다. 부모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화석은 부검을 의뢰하는 동시에, 분만, 출혈, 수술, 전원,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모두 되짚었다. 영광종합병원의 그 의사(준영)가 떠올랐다. 딸을 바로 전남대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괜히 자궁적출 수술을 한다고 붙잡고 있던 바람에 사달이 난 것 같았다.

화석은 장례를 마친 뒤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의 응급상황 대비나 수혈, 수술 등의 조치가 의료과오로 평가할 만큼 미흡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화석은 결과가 달라질 것 같지 않아 항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른 아침, 곁에서 자고 있는 손녀(10)와 손자(6)를 볼 때마다 딸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그러다 보면 출산 직전인 2019년 4월로 돌아가 딸과 함께 전남 목포와 경남 함양으로 주말 나들이를 갔던 추억에 잠긴다. 딸이 2014년 결혼 뒤 계속 베트남에 살았던 터라 한국에서의 추억은 더욱 애틋했다. 집사람도 같은 마음인지, 요즘 부쩍 딸의 유골이 안치된 절을 자주 찾아가는 듯했다. 훌쩍 커버린 손녀도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말한다.

딸의 빈 자리가 느껴질수록 준영을 향한 적개심은 커졌다. 길에서 마주치면 욱할 것도 같았다. 그런데 소아과 진료를 위해 얼마 전 손주들과 함께 영광종합병원을 찾은 화석은 병원 벽에 걸린 단체 사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준영이 보이지 않았다.

의사는 32년 만에 분만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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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실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날 이후 준영의 삶도 변했다.

그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된 1991년부터 평생을 분만 의사로 살았다. 처가가 있는 해남과 고향인 광주에서 일하다 2001년 영광읍내에 산부인과를 개업했다. 광주에서 의사로 일할 때 영광에서 ‘원정’ 출산 오던 산모들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한창때는 매달 40~50명의 아기를 받았지만, 저출생 여파로 2015년부터는 영광종합병원으로 옮겨 분만센터장을 맡았다. 주변에 “영광 아기의 70%는 내 손을 거쳤다”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컸다. 응급상황에 대비해 평소 술을 입에 대지 않을 정도로 책임감이 강했고, 20년 동안 사고도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삶이 통째로 부정당하고 있었다. “그때 산모 죽었잖아, 저 의사래.” 수군거림은 그의 귀까지 전해졌다. 재판에서 과실마저 인정된다면 ‘사람 죽인 의사’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니게 될 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퇴근 시간에 산모를 광주로 보내는 대신 직접 수술하는 게 맞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신이 아닌 이상, 그 선택이 100% 옳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산모가 세상을 떠났으니 죄책감도 들었다. 선화의 첫째, 둘째 모두 그가 받았다.

과실이 없었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그는 많이 지쳐 있었다. 2년 전 병원을 그만두면서 32년 만에 분만을 접었다. 의사 생활 대부분을 의료 취약지에서 보내온 그가 보기에, 현재 대한민국 분만 인프라는 붕괴 직전이라 언제 산모가 사망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데 사고가 나면 책임은 의사가 다 뒤집어쓴다. 준영은 그게 좀 억울했다.

운 좋으면 살고, 아니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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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날 이후 부모는 자식을 잃고 의사는 죄인이 됐지만, 분만 시스템은 바뀐 게 없다.

2024년 어느 날, 전남대병원 김윤하(63) 산과 교수의 속은 타들어갔다. 입원 중인 임신 29주 차 쌍둥이 산모의 조기 진통으로 아기를 꺼내야 하는데,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 자리가 없었다. 전북·경남 대학병원에서도 “병상이 없다” “의사가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300km 떨어진 삼성서울병원에서 연락이 왔지만, 이동하는 과정에서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해질 수 있었다. 마침 조선대병원에서 산모를 받겠다고 해서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이처럼 고위험 산모와 태아가 응급상황에서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만혼, 노산 등의 영향으로 조산이나 산전·산후출혈, 임신성 고혈압 등 합병증을 지닌 고위험 산모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담당할 숙련된 의사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남대병원에서 이런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의사는 김윤하 교수 한 명뿐이다. 그나마 임상교수와 전공의가 한두 명씩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인근 조선대병원은 산과 교수가 두 명 있지만, 전공의·전임의가 없어 PA(의사보조) 간호사가 퇴근하는 야간엔 응급 산모를 받기 어렵다. 기독병원도 산부인과 전공의가 충원되지 않은 지 15년이 넘었다.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100만 명이 넘게 사는 울산도 산과 교수는 한 명뿐이다.

고위험 분만에 필수적인 협진 체계도 무너지고 있다. 조산의 경우, 이른둥이를 돌봐줄 소아과 의사가 없으면 분만을 할 수 없지만, 의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산모의 과다 출혈 등 응급상황에선 마취과와 영상의학과 의료진도 필요하지만, 산과만큼이나 의사가 부족하다.

삐걱거림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선 수술실에 들어갈 마취과 의사가 없어 출혈이 심한 산모의 전원을 받지 못했다. 같은 달 충남 아산에선 ‘태반조기박리(분만 전 태반이 자궁에서 떨어지는 현상)’에 따른 출혈 증세를 보이는 임신 25주 차 산모를 태운 119구급차가 병원을 찾지 못해 3시간이나 길거리를 헤맸다.

어느덧 산부인과 전문의가 된 희진이 전남대병원에서 야간 당직을 서고 있었다. 광주시내 병원은 물론, 다른 지역 대학병원에서도 전원 요청이 왔다. 조산이나 산후출혈,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 산모를 받아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체 병상이 19개인데, 입원 산모는 20명이었다. 분만 대기실까지 활용해 산모를 받은 상태였다. 게다가 소아과 교수 한 명이 그만두면서 신생아집중치료실 병상마저 43개에서 33개로 줄어든 상태였다.

희진은 전화기에 대고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병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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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위기 : 놓쳐버린 생명

    1. 1.8㎏ 둘째 낳고 떠난 아내… 남편도 의사도 함께 울었다
    2. 고위험 산모와 이들을 지키는 사람들(Feat. 박은영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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