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돌돌 말리는 LG 롤러블 TV, 출시 5년 만에 '단종'
화면을 돌돌 말았다 펼치는 롤러블(Rollable)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이 출시 5년 만에 단종된다. 1억원이라는 비싼 가격과 65인치 단일 모델로 ‘거거익선(巨巨益善, 크면 클수록 좋다)’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한 약점이 대중화에 발목을 잡았다.
LG전자 롤러블(Rollable)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이 출시 5년 만에 단종됐다. / LG전자
9일 LG전자에 따르면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은 2023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가별로 순차 판매가 중단됐다. 생산을 맡던 경북 구미 사업장의 전용 라인도 다른 TV 생산 라인으로 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현대 서울 등 일부 LG전자 베스트샵에 전시된 제품 역시 모두 수거됐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은 2019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최고 TV’로 선정된 제품이다. 2020년 10월 국내에 첫 출시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 공식 행사에만 6번 등장하며 관심을 끌었다. LG전자 명장이 생산부터 품질 검사까지 수작업으로 진행할 정도로 철저히 VVIP 고객을 겨냥했다.
하지만 실제 판매로 이어진 건 소량에 불과했다. 예술 작품 전시나 프리미엄 마케팅 활용에 그쳤다. 2021년 4월부터는 북미·유럽 등 세계 시장을 노크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1억원이라는 높은 가격뿐 아니라 TV 대형화 추세에 65인치(대각선 길이 약 163㎝) 단일 규격만 제공했다는 점은 VVIP 공략에 실패한 주 요인이다. 대부분 70인치대 이상 크기의 TV를 보유한 VVIP 고객이 롤러블 기능을 이유로 굳이 더 작은 TV를 구매하는 것에 메리트가 없었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이같은 악재 속에 LG전자는 결국 신제품을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탑재된 알파9 2세대를 훌쩍 뛰어넘는 성능의 ‘알파11 AI 프로세서’가 개발되면서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은 프리미엄 TV로서의 수명을 다했다.
세계 최초 무선 투명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 / LG전자
LG전자 내부에서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R 단종으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 오히려 새로운 TV 혁신 기술을 선보이기 위한 자연스런 ‘배턴 패스(Baton pass)’라는 평가다.
LG전자는 CES 2024에서 세계 최초 무선 투명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를 선보였다. 무선 AV송∙수신 기술로 투명 스크린 주변에 전원 외 모든 선(線)을 없앴고 ‘투명 모드’와 ‘블랙 스크린 모드’ 두 가지 화면 모드를 통해 맞춤형 시청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77인치에 4K 해상도를 갖췄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기존 출시된 무선 올레드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M’과 함께 프리미엄 TV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올 초 CES 2024에서 선보인 ‘무선∙투명 올레드 TV’ 등 고객에게 차별화된 프리미엄 가치를 제공하는 혁신 제품을 지속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