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상승에 … 재건축 9부능선 넘어도 값 '뚝뚝'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
관리처분인가 났어도 하락
노도강 등 외곽 노후 단지는
사업성 낮아 재건축 기대감↓
공사비 상승에 … 재건축 9부능선 넘어도 값 ‘뚝뚝’
서울 아파트 가격이 6주째 오르는 가운데 일부 외곽 지역에선 여전히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에선 재건축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곳들마저 가격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재건축 절차가 진행될수록 몸값이 뛰는 일반적인 추세와 달리 오히려 가격이 내린 단지도 등장했다. 공사비 급등에 재건축 사업성마저 불안해지면서 시장 기대감이 떨어지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1983년 준공) 전용 71㎡는 지난달 9층과 10층이 각각 5억2000만과 5억4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8월 재건축의 ‘9부 능선’이라 할 수 있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이후 9월에는 5억9900만원에 팔리기도 했으나, 이후 최근까지도 매매가가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 3월에도 5억2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서울 집값 상승세에서 소외되고 있다.
노원구의 또 다른 대단지 노후 아파트인 상계동 보람아파트(3315가구·1988년 준공)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이 확정됐으나, 그 효과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지난 3월 전용 79㎡(9층)가 7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2년여 만에 7억원대를 회복하는가 싶더니 4월에는 다시 6억8000만원으로 가격이 내려앉았다.
재건축 사업 진행 단계에서도 이 단지들의 가격이 오르지 못하는 요인으로 사업성 저하가 지목된다.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와 이에 따른 분담금 증가로 가뜩이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더욱 재건축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단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동신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매매가격은 지난해 관리처분인가 이후 현금 청산가보다도 1억원 이상 낮은 금액”이라며 “시세가 받쳐준다면 모르겠으나, 강북은 사업성이 없다는 것을 수요자들이 정확히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동신아파트처럼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단지는 더욱 기대감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예비신탁사로부터 가구당 최대 8억8000만원의 재건축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통보받아 화제가 된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럭키아파트(1982년 준공)도 거래 자체가 얼어붙었다. 총 986가구로 작지 않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올해 거래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연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