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희 과잉 제압 논란에 뭉치는 야권···“바이든-날리면 2탄이냐”
강 의원 “대통령실로부터 어떤 연락 못 받아”
민주도 “왕정국가로 회귀하는 것 같아” 비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지난 18일 전북 전주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동안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해 끌려나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나가는 진보당 강성희 의원. 바바비디오 유튜브 캡처
대통령실 경호처의 강성희 진보당 의원 과잉 제압 논란에 대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정권 심판론으로 똘똘 뭉치는 분위기다.
강 의원은 19일 CBS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과 제가 손을 잡은 것은 잠깐에 불과하다. ‘손을 잡아서 힘을 줬다, 내 쪽으로 대통령을 끌어당겼다’ 이런 얘기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에서 ‘바이든 날리면 2탄’을 만들고 싶은 건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전날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진다”고 말하다 대통령 경호원들에 의해 입이 틀어막힌 채 끌려나갔다.
강 의원은 대통령실로부터 어떤 연락도 없었다며 윤 대통령의 사과와 경호처 문책을 요구했다. 진보당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장에서 강 의원이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나간 전후 상황을 촬영한 영상, 사진 등을 제보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제히 대통령실의 과잉 경호를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왕정 국가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 한 마디에 국회의원이 대통령실 경호원들에게 입을 틀어막히고 사지가 들린 채 행사장에서 끌려나갔다”며 “대통령에게 이런 말도 못하나. 대통령이 왕인가. (대선 당시) TV토론 때 (윤 대통령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더니 진짜 왕이 됐다고 생각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행사장 영상을 틀고 “경호가 발동된 건 이미 대통령과 악수를 끝마치고 몇 발자국 멀리 걸어 나간 이후다. 즉, 대통령을 붙잡고 놓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경호 발동을 했다는 건 거짓”이라고 말했다. 고 최고위원은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끌려나가고 있는 걸 뻔히 눈으로 보면서도 용인한 것”이라며 “금도를 내팽개친 건 윤 대통령”이라고 했다.
고 최고위원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한 야당 의원을 짓밟은 초유의 사태와 관련해 입법부의 대표로서 대통령실에 공식적인 항의는 물론 사과 요구, 재발 방지를 촉구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국민의힘에 운영위 개회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 경호는 신변 경호이지 심기 경호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은 운영위에 나와서 당시 상황과 그렇게 대처한 이유에 대해서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오는 22일까지 국민의힘의 응답이 없으면 민주당 단독으로 운영위 전체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는 강 의원 사건을 계기로 4월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야권이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정성호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민국을 침몰시키고 있는 정권의 폭정을 종식시키려면 양심 있는 모든 정치세력이 함께 해야 한다”며 “민주공화국의 퇴행을 막기 위해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로 뭉쳐야 한다”고 밝혔다.
탁지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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