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암 환자도 6시간 기다리다 갔다며 2차 병원 가라네요"

대전 충남대병원 가보니…진료 불가 통보에 발길 돌려

80대 심정지 환자도 7곳서 거절…전공의 이탈로 대전 구급대 지연 이송 19건

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 대기하는 119 구급차량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아버님이 기저질환자여서 큰 병원으로 온 건데, 2차 의료기관으로 가라네요.”

25일 오전 대전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을 찾은 40대 이선정 씨는 “아버님이 대상포진을 앓고 계신 데, 밤사이 복통이 있어 새벽부터 왔더니 중증이 아니어서 보기 어렵다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병원 직원이 ‘어제 온 암 환자도 여섯 시간 기다리다 가셨다’고 말하는데 어쩔 수 있겠느냐”면서 휴일에 문을 연 병원을 찾아 급하게 발길을 돌렸다.

전날 새벽 구급차로 병원 응급실에 왔던 김모(31) 씨도 병원 측으로부터 진료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그는 “불면증 때문에 수면제를 먹고 있는데, 전날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응급실에 실려와 위세척을 받았다”면서 “퇴원 후 집에 갔다가 다시 열이 나서 왔는데 병원에서 진료가 어렵다고 해 일요일에 문을 연 병원을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고열로 인한 어지럼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듯 주저앉아 힘겹게 말을 이었다.

이날 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출입문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단체 행동으로 인해 응급실 진료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중증 응급환자를 우선으로 진료할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응급실 앞에는 환자를 실은 119 구급차량과 사설 구급 차량이 때때로 오갔지만, 별다른 혼잡은 없었다.

걸어서 응급실을 이용하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띄었지만, 중증이 아닌 환자들은 대부분 진료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응급진료 지연 안내문

을지대병원과 대전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구급 차량이 병원에 가기 전 우선 ‘전화 뺑뺑이’를 돌려 입원 가능 여부를 문의한 뒤 환자를 이송하기 때문에 주말 대학·종합병원은 오히려 평소보다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반면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지연이 이송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3일 정오께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갔으나 병상 없음, 전문의 부재, 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환자를 태운 지 53분 만에야 대전 한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날 오후 8시께는 70대 여성이 혈뇨와 옆구리 통증, 고열 등 증세를 호소하며 119에 신고했으나 병원 12곳에서 수용 불가를 통보받고 1시간 만에 결국 자차를 이용해 서울 소재 병원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새벽 4시께는 30대 외국인 여성이 복통과 하혈 등의 증세로 구급차에 실려 왔으나 병원 14곳에서 거부당해 3시간 만에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대전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14건의 구급대 지연 이송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20∼22일 5건을 포함해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인한 지연 이송 건수는 모두 19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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