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언론 ‘한국 0.72 출산율’ 쇼크…성차별·장시간 노동 지적

전세계 언론 ‘한국 0.72 출산율’ 쇼크…성차별·장시간 노동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주요 외신들이 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72명대까지 떨어진 소식을 전하며, “전세계적으로 선진국들의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다”며 주목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각) “가족들이 더 많은 아이를 갖도록 설득하기 위한 수십억 달러짜리 정부 계획에도 불구하고,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출산율이 다시 최저치 신기록을 썼다는 데이터가 발표되면서 한국의 인구학적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루 전 우리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 동향 조사 출생·사망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년 대비(0.78명) 8%가량 떨어졌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의 말을 따 “워킹맘이 집안일과 육아까지 주로 책임져야 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회사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문화적 요인도 주요 원인”이라며 “한국에서는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인식이 많지만, (결혼과 출산 뒤) 생활비에 대한 우려 등으로 결혼도 감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1년 이상 현장에서 원인을 찾았다. ‘어떻게 한국 여성들은 아이를 갖지 않게 되었는가’라는 제목의 이 보도에서 방송은 한국인들이 직장에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릴 뿐 아니라 특히 여성들이 육아 기간 뒤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을 주목했다.

비비시는 한 방송사 프로듀서와 그의 주변 사례를 공유하며 “한국의 근무 시간은 길기로 악명이 높다”며 “(한국 여성들이) 아이를 낳기 위해 휴가를 내면 직장에 복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함께 느끼고 있다”고 짚었다.

또 감당하기 어려운 집값과 ‘사교육 문화’도 저출생에 한몫한다고 봤다. 인구 절반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있지만, 너무 높은 집값에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출산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의 출산율이 전국 평균보다 0.2명 이상 낮은 0.55명이란 점이 이런 사실을 보여준다. 4살 즈음부터 수학, 영어, 음악, 태권도 등 각종 사교육을 받는 현상도 꼬집었다. 비비시는 “사교육 관행이 너무 널리 퍼져 이를 거부하면 자녀를 실패로 이끄는 것처럼 간주된다”며 “이 때문에 한국은 세계에서 자녀 양육에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나라가 됐다”고 풀이했다.

이밖에 아이를 키우는 쪽이 사회·경제적으로 고립되거나, 사회적으로 결혼을 통해서만 아이를 갖는 게 용인되는 분위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국에서는 동성 결혼이 불법이며, 미혼 여성은 일반적으로 정자 기증자를 통한 임신이 허용되지 않는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엄마가 되고 싶은 여성들이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비비시는 “국가의 경제, 연금, 안보에 매우 나쁜 징조이며 한국 정치인들은 이를 ‘국가 비상사태’라고 선언했다”며 “지난 20년 가까이 한국의 역대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79조8천억원을 투입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지 포춘도 “세계 최저 수준 출산율인 한국이 또 신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이 한국 출산율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저출생이 세계적 문제라는 점이 있다. 출산율 제고의 주요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 2022년 1.79명에서 지난해 1.68로 떨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서 출산휴가 및 지원금 혜택을 강화하겠다며 밝히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합계 출산율 1.26명(2022년 기준) 일본도 한국의 출산율 저하에 큰 관심을 보이며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모리이즈미 리에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 인구동향연구부 제1실 실장은 “소자화(저출생)는 세계의 메가 트렌드”라며 제2차 세계대전 뒤 유럽과 북미 선진국들에서 베이비 붐을 거쳐 출산율이 저하됐고 일본과 동아시아에도 퍼졌다고 짚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홍석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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