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부모 ‘내새끼 지상주의’…교사들, 절망과 위기의식”[헤경이 만난 사람-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일부 학부모 ‘내새끼 지상주의’…교사들, 절망과 위기의식”[헤경이 만난 사람-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집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내 새끼 지상주의’에 빠진 극소수의 학부모가 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들이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은 악성민원 학부모 고발 조치와 관련, 이같이 강조했다.

올해 ‘교권침해’는 단연 교육계 최대 이슈였다. 서울 서이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대전과 청주 등 전국 곳곳에서 교사 사망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악성민원에 속을 앓던 교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단체행동에 소극적이던 교사집단이 벌인 이례적 대규모 집회였다. 이들은 주말마다 수만 명 규모로 모여 “학교가 무섭다”고 소리쳤다.

이같은 교사들의 목소리에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답했다. 극단적인 악성민원 학부모를 잇달아 고발 조치한 것이다. 자녀가 초등학교 부회장에 당선됐는데 ‘부당하게 당선이 취소됐다’며 300여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한 학부모, 수능에서 자녀를 부정행위 처리한 감독관 학교를 찾아가 피켓 시위를 벌인 학부모에 대해서다.

조 교육감은 “99%의 학부모는 학교 교육에 협력적이지만, 극소수 학부모가 학교를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며 “특별히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의, 교권 붕괴에 대한 굉장히 깊은 절망과 위기의식이 있기 때문에 교사들의 마음을 보듬는 의미도 있고, 학교에 새로운 문화를 재정립하는 계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부모 ‘내새끼 지상주의’…교사들, 절망과 위기의식”[헤경이 만난 사람-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임세준 기자

▶“학부모들, 내 아이 관점 벗어나 학교 전체 생각해야”=고발은 극단적인 소수 사례에 대해서만 이뤄지지만, 현장에선 변화를 체감한다고 한다. 조 교육감은 “최근 일선 교장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최근 수능 감독관 협박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던 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의 고발 조치 이후) 다행히 수습이 됐다고 한다”며 “악성 학부모에 대한 사회적 지탄의 분위기와 서울시교육청의 고발 의지로 잘 해결이 된 것 같다는 말씀을 전해왔다”고 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교육청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조 교육감은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다소 증가했다”며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교원 대상 심리 검사 및 치유 지원 신청 건수도 증가해, 협력 상담기관과 연계해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대 변화에 맞춰 학교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조 교육감의 생각이다. 조 교육감은 “과거 권위주의적이었던 학교에서 이제는 민주적인 학교 문화가 뿌리를 내렸다. 앞으로는 공동체적 학교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오늘날 민주적 학교에선 모든 교육 주체들이 당당하고 권리 의식에 민감해, 자신의 자녀가 혹시라도 문제되는 상황에서는 싸울 자세까지 된, 전투적 자세까지 갖고 있는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교육감은 오늘날 학교에선 ‘타인’에 대한 인식이 보다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공동체형 학교에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고,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학교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내 아이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과 학교 전체를 생각하는 마인드가 존재하는 학교가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학부모 ‘내새끼 지상주의’…교사들, 절망과 위기의식”[헤경이 만난 사람-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임세준 기자

▶“교권보호 절박한 과제…재정지원 확대할 것”=교권침해 관련 지원 재정 비중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9월 발표해 내년 본격 시행되는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중심으로, 앞으로는 교사 소송비용 관련 예산을 중점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와 소송에 휘말린 교사에 200만원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한다. 내년에는 이를 300만원으로 늘리고, 재판 시 심급별 별도 지원을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조 교육감은 “더 많은 재정이 투여되겠지만 교권보호의 절박성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며 “실제 소송비와 공적지원 간의 갭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을 위한 지원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조 교육감은 “경찰에서 서이초 선생님의 사망사건을 축소 수사했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외형적으론 개인의 심리적 문제로 인한 극단적 선택으로 보이지만, 그런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촉발하게 한 것은 교육 과정에서의 압력이 었을 것으로 본다. 합동조사단 조사 과정에서도 10명의 동료교사와 교감 등에게 진술을 들었을 때 교실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여러 문제들을 상담한 기록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은 문제인 순직 인정과 관련해,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교육부를 포함한 공공기관과 협력해 순직을 인정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7월 서이초에서 사망한 교사 A(24)씨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면서 학부모 등에 대한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밝혔다. A씨 사망 배경엔, A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 엿새 전에 발생한 ‘연필 사건’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A씨 학급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다치게 한 사건으로, 이로 인한 학부모 민원이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일부 학부모 ‘내새끼 지상주의’…교사들, 절망과 위기의식”[헤경이 만난 사람-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임세준 기자

▶“디지털 교육, 우려 있지만…과감하게 도전해야”=디지털교육을 학교 현장에 어떻게 안착시킬지도 서울시교육청의 주된 과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월 관내 중학교 1·2학년 학생에 원격 수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교육용 태블릿PC ‘디벗’을 보급했다. 초등학생은 스마트기기 중독 등 우려를 고려해 2025년에 보급한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도 2025년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밖에 AI 기능을 탑재해 학생과 1대1 영어회화 시범을 보이는 ‘영어 튜터 로봇’도 내년 3월부터 시범 운영한다.

하지만 디지털교육에 대한 학부모 등 현장의 시선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학생들이 유해 콘텐츠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거나 스마트 기기 중독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 교육감은 “(디지털 교육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여러 문제점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기술은 언제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들을 해결해가면서 과감하게 전환시켜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디지털 교육과 관련해선 한국이 주로 싱가포르를 모델로 생각했는데, 최근엔 싱가포르가 한국을 주목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자신감을 밝혔다.

디지털교육 안착과 관련 조 교육감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교사의 ‘교육 역량’이다. 조 교육감은 “새로운 기술적 기반 위에서의 교육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며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라는 이름의 수업을 위한 도움자료, ‘디벗과 함께하는 학교자치’ 등 디벗 기반 자치활동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내년 말까지는 AI 디지털교과서 교사를 대상으로 전원 연수 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디벗이 보급된 중등 교사 87.8%가 디지털 교수학습 활용 연수에 참여했다.

디지털 교육 환경에 맞는 윤리교육도 필수적이다. 조 교육감은 “디지털 공간에서의 타인에 대한 존중, 혐오 방지 등도 함께 직시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계 파도친 한 해…2024년 교권보호·도시형 캠퍼스·열린 다문화 실현”= 조 교육감은 “올해는 유독 교육에 파도가 많이 쳤다”며 “올해 초는 학교폭력 문제로 사회가 떠들썩했고, 여름엔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사고가 연이어 있었고, 선생님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광장을 메웠다”며 “학교에서 또래 학생에 의해 다치는 학생이 일어나고, 선생님이 옳은 것을 가르치는데 자유롭지 못하는 현실에 속을 많이 끓였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조 교육감은 내년 서울시교육청에서 추진할 중점 과제에 대해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정책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추진할 것이다. 또한 과밀학급과 과대학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도시형 캠퍼스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서울 교육 품에서 학생들이 넓은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고, 열린 마음으로 세계를 받아들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을 글로벌 교육을 선도하는 도시로 만들고, ‘열린 다문화 시대’의 이행이라는 목표에 다가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이 걸어온 길

▷1956년 전북 정읍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연세대 사회학과 박사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소장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성공회대 통합대학원 원장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제20대 서울특별시교육감

▷제21대 서울특별시교육감

▷제9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제22대 서울특별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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