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분오열 된 정권심판론, 야권은 공멸할 건가

[사설]사분오열 된 정권심판론, 야권은 공멸할 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홍근 민주연합단장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야권이 4·10 총선을 50일 남기고 지리멸렬하고 있다. 여야 탈당파의 ‘제3지대 빅텐트’는 11일 만에 허물어졌다.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밀실 공천’ ‘비명계 학살’ 논란을 일으키며 균열이 가속화하고 있다. 야당들이 사분오열 각자도생 길로 들어선 형국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 실패 책임을 물어야 할 이번 총선에 대한 지지층의 기대를 배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20일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겠다”며 이준석 공동대표 측과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지난 9일 양당 정치 극복과 함께 국정 책임을 묻겠다며 전격 통합했으나 정체성 논쟁과 주도권 다툼 끝에 11일 만에 파경을 맞은 것이다. 가치와 이념, 노선을 도외시한 ‘묻지마 합당’인 데다 외연을 넓히려는 노력 대신 계파와 ‘이대남’ 등 지지층에 매몰되는 정치공학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명단이 통보되면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20일 하위 10% 포함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 치욕을 공개하는 이유는 민주당이 어떤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는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많은 분이 경각심을 갖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날에는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당으로 전락했다”며 탈당했다.

이재명 대표는 20일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진통”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은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내세우며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친문 인사들의 불출마를 압박하면서도 주류 친명 지도부가 희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측근 당직자들이 컷오프를 논의하는 등 불투명하고 낡은 방식의 공천 영향력 행사도 문제다. 당의 공천관리위원회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폭주하는 윤석열 정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책임감이 공천 과정에서 느껴지지 않는다. ‘친문계 집단행동’설에 새로운미래당이 하위 20% 통보를 받은 민주당 의원들과 접촉을 모색한다는 설이 난무하며 당 안팎이 어수선하다. 지도부가 자초한 분란임을 부인할 수 없다.

야권이 ‘정권 심판’ 민심을 받들 자격이 있는지 유권자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만에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경제와 민생은 파탄 직전”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민심에 호소할 게 아니라 불편부당한 통합·혁신 공천으로 민심이 함께할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제1야당의 모습이고 책임이다. 야권이 정부·여당 실정에만 기대 각자도생으로 간다면 공멸이다. 수도권 선거는 수천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곳이 많고, 특정 정당 승리로 쏠리는 게 최근 총선 결과였다. 야권 분열과 공천 난맥은 실정에 분노하는 민심에 대한 배반이 될 것이다. 야권 지도부는 역사적 책임의 무거움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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